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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8) 어느 쥐의 현명한 투자법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8) 어느 쥐의 현명한 투자법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5.11.2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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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쥐 가운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 손실은 줄이고 수익률을 높여
적립식 투자는 꼭 수익 보장한다기 보다는 좋은가격에 팔 기회를 여러차례 제공

옛날 옛적 넉넉한 곡창지대에 영리한 쥐 삼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삼형제는 각자 튼튼한 창고를 지어 곡식을 보관하며 부자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첫째 쥐는 욕심이 많고 조심성이 없는 쥐였습니다. 그는 가장 튼튼하고 넓은 창고를 짓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한 종류의 곡식, 튼튼한 황금 보리만 잔뜩 사들여 창고를 가득 메웠습니다. "황금보리는 가장 귀하고 튼튼하니, 이 창고만 든든하면 나는 부자가 될거야!" 첫째 쥐는 코를 씰룩거리며 자랑했습니다.

둘째 쥐는 신중하고 계획적인 쥐였습니다. 그는 여러 종류의 곡식을 조금씩 사들여 창고를 채웠습니다. "쌀은 밥을 지어 먹고, 콩은 반찬을 해 먹고, 옥수수는 간식으로 먹을 수 있지. 이렇게 다양한 곡식을 갖춰두면, 어떤 곡식의 값이 오르든 손해를 보지 않을 거야." 둘째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창고를 바라보았습니다.

셋째 쥐는 꾀가 많고 지혜로운 쥐였습니다. 그는 창고를 짓는 대신 여러 곳의 밭에 곡식을 조금씩 나누어 심었습니다. "한 곳에 모든 곡식을 심으면 혹시라도 재해가 닥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여러 곳에 나눠 심어두면 한 곳에서 실패하도라도 다른 곳에서 수확할 수 있겠지." 셋째는 꼼꼼하게 밭을 관리하며 땀을 흘렸습니다.

어느 해 가뭄이 닥쳤습니다. 첫째 쥐의 창고는 황금보리로 가득했지만 가뭄으로 인해 황금보리의 값이 폭락했습니다. 첫째는 망연자실했고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둘째의 창고는 쌀, 콩, 옥수수 등 다양한 곡식을 갖추고 있었지만 가뭄으로 인해 모든 곡식의 수확량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종류 덕분에 넘버원보다는 손실이 적었습니다. 셋째의 밭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고 가뭄의 피해도 밭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밭에는 옥수수가 잘 자랐고, 어떤 밭에는 콩 수확을 많이 했습니다. 셋째는 곡식을 팔아 다른 쥐들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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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마리 쥐의 우화는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말해준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좀 긴 이솝우화입니다. 세 마리 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곡식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재해 발생의 위험을 최소화한 셋째가 수확의 기쁨을 누리면서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모든 알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영국 속담을 떠올리는 우화입니다.

◇경제이론과 엇박자 내는 주식시장=이 세 마리 쥐의 우화는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첫째 쥐는 곡식을 한군데로 몰아 관리하다 망했고, 둘째는 여러 군데 나눠 보관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긴 했지만 그 한계가 있었으며, 셋째는 아예 투자단계에서 분산방법을 사용해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변동성'입니다. 변동성은 한마디로 가격의 변화를 뜻하죠.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곧 가격이 심하게 출렁거리는 뜻입니다. 손실구간이건 이익구간이건 간에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투자 수익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은 리스크, 즉 원금손실 위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나 리스크와 수익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수익이 없으면 리스크가 있을 수 없으며, 리스크의 생겨나는 근원이 수익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불멸의 투자원칙입니다. 왜 그럴까요?

리스크가 매우 큰 상품이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은행 이자만 주는상품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상품에 가입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기가 떨어지면 가격도 내려갑니다. 반면 가격이 내려가면 기대 수익률도 슬슬 올라갑니다. 동일한 상품을 싼 가격에 사는 거니까 당연히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가격 하락은 리스크 수용에 따른 보상, 즉 수익률이 어느 정도 올라갈 때까지 계속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가격하락에 따른 원금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높은 위험(하이 리스크)=높은 수익(하이 리턴)'이 자동적으로 실현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적절한 수익에 위험도 적절히 낮춘 상품이더라도 시장에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장은 말 그대로 거친 바다입니다. 잔잔할 땐 양처럼 순해 보이지만 폭풍우가 몰어칠 땐 무섭습니다. 요즘처럼 주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폭등락을 거듭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딱 그렇습니다. 시장은 절대 경제이론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종국에는 경제상황과 맞물리겠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험난하고 굴곡이 심합니다. 오죽하면 경제학자들이 시장을 '술취한 사람'에 비유했을까요? 술취한 사람은 결국 집에 들어가지만 그때까지 비틀거리며 아슬아슬한 걸음을 걷습니다. 그러다가 다치기도 하고 큰 사고를 만나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합니다.

시장은 우연이 지배하는 곳이자 인간 행동의 결정체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경제위기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우연한 사건이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 해도 우연의 사건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연한 사건이 투자자들의 집단 광기와 만나면 그건 파국입니다.

주식 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격력한 가격변동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것이 이나라 대체로 특정 시기에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투자에서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장기투자를 해서 아무리 큰 수익을 내도 매도 타이밍을 놓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말이죠. 한번 지나간 매도시기는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습니다. 실제 세계적 펀드회사 피델리티가 전세계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15년동안 투자한 사람은 매년 6%의 수익을 올렸지만 최적의 매도 시기를 놓친 경우 수익률이 겨우 2%에 그쳤습니다.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금융제도와 기법을 모두 동원해도 시장에서 부닥치는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쓸모있는 무기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입니다. 뭉쳐놓으면 쉽게 위험의 먹잇감이 됩니다. 시장에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흩어져 있으면 맹렬한 리스크의 공세를 무디게 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시작할 때 조금씩 사들어가고, 주식도 한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에 골고루 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 여러 자산에 돈을 나눠 넣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리스크의 천적인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리스크는 시간앞에서 만큼은 맥을 못 춥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적립식 투자의 원리엔 시장이 언제 좋고 나쁠지 사람이 알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되 주가가 쌀 때 많이, 비쌀 때는 적게 삼으로써 이론적으로는 시장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이라는 정액분할 매입 기법입니다.

매입 단가를 낮추려면 당연히 쌀 때 많이 사야 하죠. 상식적으로는 시장이 침체일 때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식의 역설이 판을 칩니다. 주가가 좋을 때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시황이 나빠지면 납입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서는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나도 초년병 기자 시절 증시가 활황일 때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겁이나 계약을 해지해 큰 손해를 입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적립식 상품은 나중에 증시가 회복되면서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적립식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타이밍'이 아니라 '타임'에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간 투자, 즉 장기 보유가 꼭 수익을 보장한다기 보다는 보유한 펀드를 좋은 가격에 팔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 중간에 손실이 나더라도 납입을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손실은 곧 시장의 침체를 의미하므로 오히려 공격적으로 매입해야 합니다. 손실을 보더라도 두 눈 질끈 감고 뚝심있게 나가야 적립식 투자로 승부를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적립식 투자 기간이 최소한 3년에서 5년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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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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