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소기업인"문득 경쟁사가 가는 곳만 따라가고 있음 깨달아"
부지부욕 (不知不欲)의 자세는 곧 ' 멈춤이 곧 힘 '이라는 뜻 의미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메신저에 답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SNS를 업데이트하죠.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강박 때문일까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 끊임없이 달립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고, 조직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두드리지요. 그런데 정작 "왜 달리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는 시간은 없어요.
한 중소기업 대표의 고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년간 쉬지 않고 달렸는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나는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경쟁사가 가는 곳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에서 말하는 '피봇(Pivot)'도 같은 맥락입니다. 린 스타트업의 창시자 에릭 리스는 "실패를 빨리 하라"고 강조합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방향을 틀라는 거지요. 피봇팅 없이 성공한 기업은 없습니다. 멈추고, 돌아보고, 방향을 재설정한 것이 그들을 오늘날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거죠.
AI가 모든 것을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며칠 걸리던 일을 몇 분 만에 해결하고, 사람이 할 수 없었던 복잡한 분석을 순식간에 처리하지요. 그래서 더욱 우리는 빨라진 속도에 맞춰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정반대예요. AI가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인간은 오히려 멈춰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AI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은 멈춤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챗GPT가 몇 초 만에 만들어낸 사업계획서가 과연 우리 기업에 맞는 것일까요? AI가 분석한 시장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정답일까요? 속도의 시대일수록 방향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올바른 방향은 멈춤 속에서 발견됩니다.
노자는 "부지(不知)하고 불욕(不欲)하면 천하가 스스로 안정된다"고 했습니다. 알려고 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는 겁니다. 현대의 언어로 번역하면, 멈춤이 곧 힘이라는 얘기입니다.
가끔은 멈춰 서서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멈춤이 곧 도약의 시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멈출 줄 아는 용기, 그것이 AI 시대 가장 필요한 리더십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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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