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1 18:15 (월)
◇고려아연 경영분쟁 전말…물밑 '지분 싸움' 가속
◇고려아연 경영분쟁 전말…물밑 '지분 싸움' 가속
  • 이경형 이코노텔링 부국장
  • allport123@naver.com
  • 승인 2025.11.2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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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정신 이상 신호 감지된건 2021년12월…최윤범 회장의 '도약 청사진'놓고 영풍과 충돌해
이사진 구성 등 변수 많지만 기업가치 향방이 승부 가를수도 … 최 회장의 '경영 성적표' 주목
2027년 정기주주총회 전까지는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고려아연/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지난 11월12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회사(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주식을 1만8,000주 추가 취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주)영풍도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외 20인의 특별관계자 포함 고려아연 주식 8,557,148주(지분율 44.24%) 보유 사실을 공시했다.

반대편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또한 '보유주식에 관한 계약 변경' 사실을 공시하며 보유주식이 특별관계자 53인 포함 3,696,899주(지분율 19.11%)임을 알렸다.

고려아연 경영권(지배권) 분쟁이 소강상태를 벗어나 다시 '지분 추가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과거를 되돌아보자.

고려아연(주)은 1974년8월1일 설립됐다. 상장일은 1990년7월28일. 비철금속 제련회사로 아연과 연의 생산 및 판매가 주업이고 그 외 금, 은, 동, 황산 등을 아연과 연의 제련과정에서 회수한다.

제련은 고온에서 광석으로부터 금속을 추출하는 공업적 조작을 말한다. 고려아연(KOREA ZINC) 설립 당시 최대주주는 영풍상사(주)로 지분은 50%였다. 현재 세계 1위 아연 생산 기업이다.

영풍은 1949년11월25일 해방 후 각자 황해도 사리원에서 월남해 남대문 인근에서 사업을 하던 최기호(1909년생), 장병희(1913년생)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세운 합명회사 영풍 기업사가 모태다. 주요한(1900년생,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잡지인 '창조'의 창간 동인이었던 시인이자 해방 후 부흥부 장관 등을 지낸 관료)도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 후 1976년6월12일 영풍상사(주)라는 이름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였으며 1978년2월 상호를 (주)영풍으로 변경 하였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보면 11월21일 기준으로 각각 고려아연 21조 8192억, 영풍 1조 968억이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1/20 수준이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둘 다 종합 비철금속 제련회사로 영풍은 경북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를, 고려아연은 울산 울주군에서 온산제련소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아연 제련량은 고려아연이 연간 88만톤(호주 자회사 SMC 포함) 영풍은 32만톤 수준이다. 영풍의 대주주는 공동창업주 장씨 일가이고 경영권 또한 실질적으로 장씨 일가가 갖고 있다. 이에 반해 고려아연은 경영권은 공동창업주 최씨 일가에게 있으나 1대주주는 영풍이다. 정확히는 영풍이 100%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업 자회사인 유한회사 YPC로 고려아연 지분 27.21%(5,262,450주)를 보유하고 있다. YPC는 2025년3월7일 영풍이 보유 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현물 출자하여 세웠다.

영풍은 공시를 통해 YPC 지분 취득의 목적을 "신규법인 (유)와이피씨 설립을 통한 고려아연의 사업내용을 지배 관리하는 지주사업을 위한 취득"이라고 밝힌바 있다.

위와 같은 지배 구조와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볼 때 고려아연에 대한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에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일 개연성은 충분히 예견 됐었다. 그럼에도 양측의 동업정신은 공동 창업주의 2세로 넘어와도 변함없이 유지됐다. 최기호 공동창업주의 아들들인 고 최창걸, 최창영, 최창근 세 사람은 공히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고 장병희 공동창업주의 차남인 장형진 영풍 고문도 고려아연의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32년째 경영 참여중이다.

동업정신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2021년12월말 즈음이다.

고 최창걸 전 회장의 차남 최윤범 당시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2의 도약을 위한 로드맵으로 내세운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 2차 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미래경영 비전)를 선언 하면서 부터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최 부회장은 2022년12월13일 회장으로 승진한 후 2022년12월29일 임직원에게 배포한 2023년 신년사에서도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더 이상 꿈이 아닌 고려아연의 현실적인 비전이면서 전략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에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현실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속도감 있는 미래전략의 추진을 강조한바 있다.

영풍 장씨 측과의 협력에 바탕을 둔 비철금속제련 사업 중심의 '동업 경영'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혁신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은 사전 상의는 없었다고 했다. 불만을 표출 한 것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측은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였다. 고려아연의 한 관계자는 "ESG경영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경영을 통해 미래 사업기반을 확충하려는데 대해 대주주의 견제가 있었다."며 "친환경 경영투자와 배당금 문제를 놓고도 견해가 엇갈렸다."고 말했다. 또 고려아연측은 ESG등 선진경영기법 도입에 적극적인 최윤범 회장이 추구하는 방향은 회사의 수익구조 기반을 튼튼히 하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비록 최씨 일가가 지분은 적지만 오늘날 고려아연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주체는 최씨 일가라는 자긍심이 작용했지 않았을까. 또 최대주주인 영풍 측이 과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카드뮴을 비롯한 유해 폐기물 처리의 해결을 고려아연 측에 떠 넘겼고 이런 일들이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회사의 ESG 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자체적 판단도 있었을 거란 관측도 낳고 있다.

즉 이 같은 '경영갈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최 회장의 의중이 지배구조에 대한 고뇌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게 만든다. 다시말해 고려아연의 미래비전을 앞세워 경영권을 확고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호지분을 통해 지분 열세 상황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장씨 일가를 대표한 장형진 고문 입장에선 최윤범 회장 쪽의 이런 '이상 행보'를 당연히 감지했을 것이다. 고려아연 설립 이래 오랜 기간 최대주주였지만 동업정신에 따라 설립 초기부터 경영권을 가졌던 최씨 일가를 존중하고 도우며 가능한 한 소유와 경영 분리의 원칙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비상근 등기이사로서 주요경영 사항에 의견 내는데 한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장 고문은 2022년8월5일 고려아연이 한화임팩트파트너스의 자회사 상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건 결의 목적의 이사회 불참했다.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장 고문은 하루 전인 2022년8월4일에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았을 뿐 사전 상의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밝히는 등 반발했다.

그 후 양측은 2024년3월1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결산배당 축소 안건과 정관 변경 안건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급기야 2024년9월13일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여 의결권을 공동행사 하기로 하면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아울러 MBK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최대 302만주 공개매수 하겠다고 알렸다.

공개매수 목적은 경영권 안정이라고 밝혔다. 최씨와 장씨 일가의 동업정신에 기반한 75년간의 공동경영이 막을 내렸음을 세상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 후 양측은 2025년1월23일 임시주주총회, 2025년3월28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며 경영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싸움은 진행 중이고 양측이 낸 고소·고발이 20건을 넘는다. 그 와중에 ▶역외순환출자▶유상증자 시도▶자사주 매입▶분쟁의 본질을 둘러싼 논란 등 여러 곳에서 전선이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대주주 측에서도 확실하게 정리해야할 이슈가 있다. MBK파트너스와 맺은 경영협력계약 내용에 따라 고려아연의 소유권이 국외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양측이 공시한 경영협력계약에는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은 있다.

하지만, MBK가 특정 기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MBK는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공동매각요구권'이라는 특별한 권한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MBK는 언제든 단기간에 고려아연을 중국을 비롯한 국외의 제3자에서 매각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MBK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인수 후 제기되고 있는 '경영실패'와 금융감독원의 징계 처분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걷어 내야할 부정적인 현안도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언제 쯤 결말에 이르게 될까. 고려아연 지분구도는 현재 영풍·MBK연합 측 우위다. 2025년9월11일 기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는 19,342,263주이고, 그 중 자사주 948,775주를 제외하면 실제로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18,394,488주로 줄어든다. 자사주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영풍·MBK연합 측 지분은 46.52%다.(영풍·MBK연합은 2025년11월12일 (주)영풍의 특수관계인 신설법인 존속회사 (유)엠와이지가 2025년11월5일 자로 체결된 합병계약에 따라 소멸회사 (유)와이피씨를 흡수합병하기로 하였고, (유)엠와이지는 합병계약에 따라 합병등기일에 (유)와이피씨의 권리/의무/재산 등 일체를 승계 받게 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 주식 5,262,450주 보유자 명의를 기존(유)와이피씨에서 (유)엠와이지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유)와이피씨의 보유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2025년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주)영풍과 (유)와이피씨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순환출자 금지) 위반 혐의로 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연합의 목표는 당연히 발행 주식 과반 의결권 확보일 것이다. 그에 반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우호지분 포함 약 35% 전후로 추정된다. 따라서 잔여 자사주 처분 방향도 고려아연 경영진 입장에선 개정될 상법 내용과 맞물려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중심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지난 2025년1월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족수 상한을 19인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영풍·MBK연합이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로 이를 바꾸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사 19명은 최윤범 회장 측 15명과 영풍 ·MBK 측 4명으로 나뉜다. 그 중 고려아연의 제안으로 지난 2025년1월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이상훈, 이형규, 김경원, 이재용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영풍·MBK 측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함에 따라 현재 이 자리는 '공석'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안은 현재 고려아연 측이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황으로 2026년3월 정기주주총회 전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제로는 현재 이사는 15명이고 그 중 최윤범 회장측 11명, 영풍 측 4명이다. 향 후 2026년 6명, 2027년 13명의 이사 임기가 끝난다. 매해 표 대결을 펼쳐야하는 상황이다. 2027년 정기주주총회 전까지는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7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13명(2명은 3%룰 적용 분리선임)의 이사를 새로 뽑기 때문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집중투표제 하에서 정관변경이 없고, 양측의 지분이 현재와 다르지 않다고 가정하면, 영풍·MBK 측은 2026년 4명, 2027년 7명까지 이사 선임이 가능하고, 최윤범 회장 측은 2026년 최소 2명, 2027년 최소 4명 선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풍·MBK 측에 유리해질수도 있다. 최윤범 회장측 입장에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을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에 더해 추가적인 우군확보 방안도 필수적이다. 기업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성과를 제대로 내야한다. 그래야 2027년에도 경영권을 지켜내며 지분 확대 등의 전략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사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에 중대 변화가 생겨난다면 경영권 분쟁은 예상과 달리 다른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고려아연의 경영 성적표(Balanced Scorecard)가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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