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3일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안정되지 않는 집값과 다시 143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이 7·8월에 이어 이번까지 3차례 연속 금리를 묶은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수요를 억제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길 경우 정책 엇박자 논란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성장의 경우 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소비·수출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불평등도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개혁을 계속해야 한다"며 "월세 받는 사람들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도 조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