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1 23:00 (화)
공모 주식의 '허상'
공모 주식의 '허상'
  • 이경형 이코노텔링 부국장
  • allport123@naver.com
  • 승인 2025.10.2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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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신규상장기업(618곳) 중 가격이 40% 이상 떨어진 곳 비중 30% 넘어
불장에서 이런 주식 가진 개미들은 발동동…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절차 바꿔야
 IPO를 통해 상장한 기업이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넓게는 주식회사가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과 내용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고, 좁은 의미로는 회사가 이미 발행한 주식(구주)의 전부 또는 일부나 앞으로 발행할 주식(신주)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파는 구주매출 이나 신주모집을 기업공개(IPO)라 한다.

거의 대부분의 IPO는 상장을 전제로 한다. 상장은 사전준비(정관정비, 최대주주 등의 지분변동 사전점검, 대표 주관회사 선정 등) → 상장 예비심사(규모, 주식분산, 재무, 안정성 및 건전성 요건) → 공모(증권신고서 제출, 예비투자설명서 제출, 신고서효력발생 후 투자 설명서 비치·교부, 수요예측 및 공모가격 결정, 청약·배정 및 납입) → 상장 및 매매 (상장신청서 제출, 상장승인, 기준가격결정 및 매매개시)의 과정을 거친다. 주식회사가 증권시장에 상장되면 그 기업은 더 이상 대주주와 그 일가들만의 것이 아닌 것이 된다. 이익은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분배되는 게 원칙 이고, 회사 파산 시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해서 손실을 입게 된다.

상장회사가 되면 대규모 자본조달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져 신사업 추진, 연구개발 등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고, 기업의 신뢰도가 상승하며, 여러 보상 제도의 실현 가능성을 근거로 한 우수한 인재유치도 용이해진다. 또 상장 전 주주들의 투자원금 회수 및 이익 실현도 가능해지고, 상장 후 주주들이 회사의 이익을 나누어 가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상장회사는 기업공개 시를 기점으로 정확하고 투명하게 기업의 경영정보, 재무상태, 주요결정사항 등을 정기 또는 수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 공통신고 사항) 또는 한국 거래소(KRX) 전자공시시스템(공정공시 및 거래소 고유수시공시, 자율공시, 의결권행사공시 등)을 통해 신고해야하는 공시의무를 지게 된다.

소액 주주는 물론 채권자,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주주 등 이해관계자는 이를 통해 100%는 아니지만 각자의 눈으로 회사 상황과 내용을 파악 하고 대응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상장회사의 공시 의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관계 법령은 허위공시 등 공시의무 위반 시, 경우에 따라서는 상장폐지를 넘어 형사처벌도 가능 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공개 절차 중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상장예비심사 통과 여부와 공모가격, 배정주식수이다. 그 중에서도 공모가격은 여러 이유로 주식시장 참여자들 다수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된 공모가격의 적정성여부에 대한 논란이 붉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 편이다. 공모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해당 기업이 '적정주가' 산정을 위해 대표주관회사(증권사)와 함께 기업가치 평가를 실시 하게 되는데, 평가방법은 대체로 상대가치법이고 평가모형(도구)은 PER(주가수익비율)을 근거로 하되, 기업 특성, 업종, 수명주기,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여 PSR(주가매출액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의 평가 도구를 병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산정된 '적정주가'에 할인율(산업, 성장성, 유동성 등을 감안하여 대략 10%~30% 수준)을 적용하여 공모가 밴드(범위)를 결정한 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매입희망가격, 신청수량)절차를 거친 다음 해당 기업(발행회사)과 대표주관회사가 협의하여 최종공모가격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발행회사는 왜 할인율 등을 적용하여 공모가격을 '적정주가'보다 낮게 결정하는 것 것일까? 왜 더 받을 수 있는 공모예정금액을 포기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낮은 공모가가 기업 가치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을 지속적으로 공모시장에 머물게 하려는 목적의 인센티브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높은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기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할 수 있기에 공모가를 낮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긴 한다.

낮은 공모가가 발행회사에게는 손해일 수 있으나, 그간 다수의 개미투자자들에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배정받은 공모주식을 팔아 차익도 쏠쏠하게 꾸준히 안겨줬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식 시장에 상당한 순기능을 해온 셈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주식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에서 발생한다. 상장 후 상당 수 공모신규 상장 주식의 주가는 대량거래를 수반하며 일정기간 현란하게 널뛰기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을 정도다. 인위적으로 낮춘 공모가로 인한 가격발견기능의 왕성한 작동이라고 쳐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경우가 적지 않다.

과잉 발현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 해도 자연스런 현상이라면 별 문제 아니다. 기자는 이 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 어느 누가 무슨 목적으로 신규 상장주를 대상으로 이런 현상을 주도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다수의 개미투자자들은 선수들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

가격이 오르면 쫓아가고, 가격이 내라면 손절매하는 일을 반복하는 개미들이 무수히 많다. 파멸적 충동매매의 연속이다. 결과는 뻔하다. 일정 시점이지난 후 선수들은 한탕 챙겨 표표히 사라져버리고, 비싸게 주식을 떠안은 개미들만 손실을 감수한 채 세월을 낚는 일이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삶에 꽤나 치명적일 것이다. 2020년 1월. 이후 신규상장기업(618곳) 중 10월17일 기준, 공모가 대비 40% 이상 상승한 곳은 103개 회사인 반면, 40% 이상 하락한 곳은 두 배가 넘는 208개 회사로 30%를 훌쩍 넘는 수치다. 2024년 하반기 이후로 기간을 좁히면 총 114곳의 신규상장기업 주식 중 40% 이상 상승 32곳, 40% 이상 하락 22곳으로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되긴 했으나 크게 떨어진 곳이 여전히 20%에 가깝다.

상장 후 1년 정도 지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격의 6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이렇게 많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도 되는 것인지 등의 의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변했는지,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인지, 공모가 결정이 잘못된 것인지, 상장예비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기업공개 시점에 기업가치 평가에 오류가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결정된 공모가격이 무리한 수준이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상장 후 1년이라는, 애초의 기업 가치평가의 유효성이 여전히 작동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준이 공모가 대비 크게 낮은 기업이 적지 않다면 시장 신뢰의 문제 아닐까?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공모가격이 '적정주가' 대비 낮게 결정된다는 주류적 견해가 꼭 맞는 것인지도 따져보게 된다.

올 정권 교체 후 지난 5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KOSPI는 약 1050포인트(39%), KOSDAQ은 약 110포인트(11%) 상승했음에도 곡소리 나는 개미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는 말이 들린다. 공모 상장 후 공모가 아래로 크게 하락한 주식을 가진 개미들도 그들 중 하나다. 뭔가 바꿔야 하는 상황임이 감지된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무엇보다 IPO를 통해 상장한 기업이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해당 주식에 물려있는 개미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꺼내기 껄끄러운 얘기지만 IPO 과정에서 VC(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 절차를 바꿔야한다는 생각이다. 투자주식의 일정부분 (20% 수준의 잔여보유주식)을 상장 후 최대 3년 내지 5년까지 의무 보유하 도록 하고, 그 잔여보유주식에 대해서는 배당소득, 양도차익 등에 대한 세금을 면제 또는 저율 과세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걸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그렇게 되면 회수시장에 타격을 줘 벤처기업만 어렵게 할 것이라는 반론이 바로 나올 수 있다는 걸 모르는바 아니다. 생각을 좀 바꿔보자. KOSDAQ 상장기업 중 벤처인증기업이 여전히 300곳이 넘는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상장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VC가 잔여주식을 보유한 주주 입장에서 상장벤처 기업을 견제하고 이끄는 역할을 해준다면 기업의 영속성 유지 측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KOSDAQ 상장기업은 상장할 당시가 제일 좋다."는 속설을 깨야한다. KOSDAQ 시장이 VC의 회수를 주목적으로 하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 기업은 상장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면 주가는 알아서 반응한다. 개미들도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다. 대주주의 경영권 매각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 걸 목적 으로 상장하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경영권 매각 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부활할 예정인바, 개미들의 우려와 걱정은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개미들이여 부디 공부하여 시장에서 승자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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