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 11:45 (화)
'생산적 금융' 증시 뒷배 될까
'생산적 금융' 증시 뒷배 될까
  • 이경형 이코노텔링 부국장
  • allport123@naver.com
  • 승인 2025.10.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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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 필요"언급해 주목
모험자본의 선순환 통한 '기술주식 투자'로 국민의 재산과 연금소득 등도 불어 나길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생산적 금융'이라는 알듯 말듯 한 느낌의 낯선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생산적 금융'이라는 알듯 말듯 한 느낌의 낯선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표현을 빌리자면 '생산적 금융'의 반대말은 '전당포식 금융'이다. 이 대통령은 "담보 잡고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난달 10일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말한바 있다.

과거에도 이런 주장이 있었다. 2017년 7월에. 최 종구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식의 전당포식 은행 영업행태는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등으로의 생산적 금융보다 가계대출, 주로 부동산 구입용으로 금융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 은행의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전당포식 영업행태라는 지적이 충분히 일리 있다"고 말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새겨 봐도 여전히 유효한 언급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얘기들이 나오게 됐을까? 과거를되돌아 보자. 1997년 가을 발발한 외환 유동성 위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을 주로 취급해 왔다. 연간 10% 전후의 경제성장을 정부와 기업이 견인하고, 은행은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경제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이었다. 국민들은 늘어나는 일자리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 중 상당부분을 은행에 예금하여 두 자리 수의 높은 이자를 받아 재산도 늘리고 나라발전에도 기여하는 기업, 은행, 가계간의 선순환이 상당기간 작동해 왔다.

그 시절 가계 자금 대출은 주로 국민은행과 나중에 국민은행에 합병된 주택은행이 담당했다. 주택은행은 주로 주택구입 자금 대출을 맡았는데, 대출금액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 주택구입 가격 대비 20% 전후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발생과 IMF 구제금융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시중은행 대부분이 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5대 시중은행으로 불렸던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은행 중 지금 까지 이름이 남아있는 곳은 없다.(지금의 SC제일은행의 법인명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다.) 외환위기가 불러온 자금난에 기업이 연쇄도산 하고, 그 여파로 은행이 파산적 위기에 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85조원이 넘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 포함 많은 은행들이 합병, 피흡수, 파산으로 간판을 내렸다.

IMF 관리체제는 2001.8.23.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 은행들의 여신 영업 관행도 완전히 달라졌다. 지점장과 담당직원의 재량은 사라지고 철저히 자체평가시스템을 통하여 기업이든 개인이든 우량고객과 아파트 등 우량 부동산 대출영업에만 몰두해왔다.

또한 외환위기 이전에는 나름 규모 있게 운용해온 위험자산(주식 등)투자도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객 돈인 고유자산(고유계정)으로 주식투자하면 안 된다는 인식과 관행이 뿌리내려 미미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은행 시스템은 이렇게 우량 고객과 안전 자산 대상으로만 돈을 빌려주는 극단적 현상을 스스로 심화 하면서 20년을 흘러온 셈이다. 어느 분 말처럼 '선구안'이 나빴던 게 아니다. 은행이 의도한 것이었을 뿐 아닌가? 관계자들은 이 게 바로 전당포식 영업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

작금의 장기· 추세적 저금리 국면에서 개인은 은행에 돈을 맡겨도 재산이 불어나는 걸 체감하기 어렵다. 70의 법칙(y=70÷x)이라 불리는 공식이 있다. 어떤 변수 값이 매년 x%씩 커질 때 그 변수가 원래 값의 2배가 될 때까지 몇 년이 걸리는지 쉽게 계산할 수 있는 공식이다.(y는 변수 값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햇수다.) 이 공식에 따르면 연 7% 이자로 정기예금을 들면 10년 걸려 예금 잔고는 2배가 된다. 현재 은행 수신 금리 3% 초반 수준에서 정기예금 잔고가 2배로 되는데 20년 넘게 걸린다는 말이다. 복리의 마법이 느껴지기는커녕 참으로 아득한 얘기 아닌가. 개인들이 왜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위험자산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비우량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꼭 필요할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간 정부가 정책자금 지원을 안내해도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은행의 거절로 허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간 여러 다양한 정책이 나왔지만 기업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앞으로는 더 큰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반면, 이 와중에도 우리나라 주요 은행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최소 3조 이상이다. 은행이 단순 민간기업은 아니기에 뭔가 새로운 균형점이 필요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일정 비중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사이 우리 경제는 5년 단위로 성장률이 1%씩 하락하는 현상과 거의 모든 부문에서의 양극화를 겪으며 성장률 1.5% 내외의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하는 참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돼버렸다. 위에서 언급한 70의 법칙을 적용하면현재보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두 배로 커지는데 46년쯤 걸린다는 말이다. 인구마저 감소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심지어 거꾸로 가는 수축사회를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끔찍한 얘기 아닌가. 또한 국가는 은행이나 기업 처럼 비우량 국민의 국민자격을 박탈할 수도 없다. 그들에게 적어도 최소한의 복지 지출을 부담해야 하는 책무도 있다. 한마디로 국정운영의 책임자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서있는 게 작금의 형국이다.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목표는 하나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 그 것은 "어떻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에 대한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건 금융일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이른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아닌가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생산적 금융'은 국민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그 핵심에는 국민성장펀드(150조) 조성, CVC(기업형 벤처캐피탈)규제 완화, 파격적 세제 혜택, 인재 유치, 투자 자금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책의 성패를 미리 단언할 수는 없으나, 내용 분석을 통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번 정책은 전례 없는 대규모 자본 투입과 다각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혁파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CVC 규제 완화, 세제 개편 안(2025)에 포함된 SPC(투자목적회사) 지원은 민간부문, 특히 국내 주요 은행 및 대기업들의 풍부한 유동성을 벤처 시장으로 유인할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의 대폭 상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재 유치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추가적인 대강의 방향을 말해보자면,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초기투자 위험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부담할 수 있어야 하고, 성공 시 정부 몫의 일정부분을 민간투자 및 운용사에 넘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하며, 투자대상 선정 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을 배제하고,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유명 해외 벤처캐피탈에 맡기는 등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IPO 제도 개선 및 BDC(기업성장투자집합기구)를 통해 예측 가능한 회수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G) 구축도 필수다. 위험요인도 없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도 정책 수립 시 고려 요소다.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이 모든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산적 금융을 바탕으로 한 모험자본의 선순환'이다. 이를 통해 높은 생산성을 지닌 세계적 수준의 유니콘 기업들이 다수 탄생하여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만들고,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돼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자본시장 고도화와 아울러 세상을 바꾸는 일류 기술주식 투자를 통해 국민들이 재산과 연금소득등도 꾸준히 늘려갈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정부 및 은행 등이 중심이 돼 조성한 모험자본이 지속적으로 선순환 하는 그림을 기대해 본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하여 기술진보와 경영혁신을 실제로 유도할 수 있게 된다면 잠재성장률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고, 기존 예측을 뛰어 넘는 경제성장도 당연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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