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20:18 (일)
◇영화속 경제사(2)'빅 쇼트'㊦"醫師의 金融공학'
◇영화속 경제사(2)'빅 쇼트'㊦"醫師의 金融공학'
  • 이재광 이코노텔링 기획위원(한양대 공공정책 대학원 특훈 교수)
  • jkrepo@naver.com
  • 승인 2019.10.0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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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모기지 떙처리 위한 '신용부도스와프'(CDS)란 '도박' 고안해 30억弗 벌어
' 시장의 불안과 공포 ' 를 생생하게 전달해 2015년에 아카데미 각색상 받은 영화

지난 주 <빅 쇼트>㊥에서는 1980년대 월스트리트를 호령했던 전설적 트레이더 루이스 레이니어리(Lewis Ranieri)에 대해 살펴봤다. 그는 1977년 ‘주택저당증권(MBS)’ 부문에서 새로운 금융파생상품인 ‘주택담보부증권(CMO)’를 창안, 1980년대 1조 달러 시장을 거의 혼자 주물렀던 인물이다.

그가 이 전성기를 누렸던 때의 나이는 고작 30대. 천하의 공자도 ‘비로소 갓을 쓴다’는 ‘약관(弱冠)’ 20을 넘어 ‘이제 겨우 학문의 기초를 세운다’는 ‘이립(而立)’의 30세를 넘어선지 수 년 만에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전설’이 됐던 것이다.

 영화에는 레이니어리 외에도, 그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떼돈을 번 트레이더 얘기가 나온다.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와 마크 바움(Mark Baum), 제이미 시플리(Jamie Shipley), 찰리 겔러(Charlie Geller), 벤 리커트(Ben Rickert) 등이 그들이다. 모두 자기만의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

 버리는 철저한 수치분석, 바움은 현장분석, 시플러와 겔러는 합리적 원칙에 자기의 전 재산을 걸고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결국 승리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들의 성공 비결을 간단히 살펴보면서 영화 <빅 쇼트>와 경제사 얘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로렌스 : 하지만 어떤 수단(instrument)으로 할 건데? 모기지 채권을 위한 보험 계약이나 옵션도 없잖아. 모기지 채권은 너무 안정적이라고! ▶버리 : 로렌스, 제가 하고 싶은 건요...

저는 은행에 가서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생각이고요, 그러고 나서 그것을 사려고 해요. 모기지 채권은 너무나 부실하고 그래서 그 시장의 하락에 베팅할 생각이라는 버리의 말에 큰 손 투자자 로렌스가 당혹해 하며 그 방법을 묻고, 그 질문에 다시 버리가 답하는 장면이다.

영화 '빅 쇼트'의 마이클 버리 역을 맡아 열연했던 크리스찬 베일(윗쪽)과 실제 인물인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 대표(아래쪽)
영화 '빅 쇼트'의 마이클 버리 역을 맡아 열연했던 크리스찬 베일(윗쪽)과 실제 인물인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 대표(아래쪽)

주인공 마이클 버리와 관련된 것은 물론이고 영화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중요한 한 장면으로 꼽힐만한 대목이다. 모기지 본드는 너무나 부실하다, 그래서 그것이 붕괴되는 것에 베팅을 하고 그걸로 돈을 벌고 싶다, 그런데 ‘수단’이 없다, 그럼 새로 만든다.... 없으면 ... 만든다.

월 스트리트의 핵심 전략이라 할만하다. 로렌스는 버리에게 ‘수단(instrument)’이란 표현을 썼다. ‘투자 수단’, ‘돈벌이 수단’, 즉 ‘금융 상품’을 의미한다. 그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자 버리는 그걸 “만들겠다”고 한다. 없으면 만든다! 이것이 월 스트리트의 역사다.  1968년 지니 메이는 MBS(주택저당증권)를, 1978년 레이니어리는 CMO(주택담보부증권)를, 1987년 미국의 투자은행 드렉셀 번햄 램버트(Drexel Burnham Lamber)는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큰돈을 벌었고 월스트리트의 ‘레전드’로 기록돼 있다. 버리와 로렌스의 이 대화 장면은 금융역사 상 처음으로 모기지채권 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라는 ‘신상품’의 탄생 과정을 그리고 있다.물론 이 ‘신상품’도 버리에게 큰 부(富)와 ‘레전드’의 영예를 함께 선사했다. 버리는 1971년 생으로 의사출신이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밴더빌트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스탠퍼드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신경학과 레지던트로 일했다. 이 무렵 그는 투자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결국 의사를 때려치우고 나이 스물아홉이던 2000년 헤지펀드 운영사인 사이언 캐피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펀드 매니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마크 바움.

  그리고 4년 뒤인 2004년 모기지 시장의 폐해를 눈치 채고 자신의 삶 전체를 모기지 채권의 파산에 내건다. 모기지 채권에 대한 CDS라는 ‘수단’을 통해.CDS는 기업대출의 위험을 헤지하려는 은행의 요구로 태어난 일종의 보험 파생상품이다. A은행이 B기업의 회사채 1000억 원 어치를 샀다 치자. 기업과의 관계상 어쩔 수 없이 거약의 채권을 샀지만 최근 B기업의 평판이 좋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은행은 결국 보험사 C와 상의해 보험을 하나 든다. 3년 내로 B기업이 파산하면 채권 전액을 보상받는 조건으로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기로 한 것이다. 3년 동안 내야 할 보험료가 50억 원이라 치자. 은행으로서는 최대 손실을 10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줄인 셈이다. 보통 이때의 ‘보험료’를 ‘프리미엄(premium)’으로, 이 프리미엄의 가감 정도를 가산금리 개념인 ‘스프레드(spread)’로 부른다.

마크바움의 실제모델인 스티브 아이스만.

여기까지는 좋아 보인다. 합리성을 근거로 태어난 상품인 것이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도박성’이 강한 두 가지 특성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다.

첫째, 특정 채권을 보유하지도 않은 채 그 채권에 대한 보험을 드는 상황이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다. X와 Y가 술자리에서 ‘내기’를 한다. 요즘 부도설이 나도는 회사 Z에 대해 X는 망할 거라는, Y는 망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들이 ‘내기’를 하게 된다. X가 이 회사 채권 10억 원 어치를 갖고 있다 가정하고 Y에게 3년 만기 보험을 드는 것이다. X는 3년 동안 1억 원의 보험료를 매달 나눠 지불하고 이 기간 내 Z가 망하면 Y는 X에게 10억 원 어치 채권에 대한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이다.

 이 계약은 확실히 ‘도박’에 가깝다. X는 실제 채권 매입 없이 기업 Z가 망하면 10억 원을 벌 수 있고 Y는 Z가 망하지 않을 경우 앉아서 1억 원을 버는 것이다. 이때 X는 기업 Z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쇼트 포지션’을, Y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롱 포지션’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정식 명칭 ‘네이키드 CDS(Naked-CDS)’인 이 방식은 한 마디로 ‘실물 채권 비보유 CDS’이며 매우 공격적인 투자 방식이어서 금융위기 때는 주식이나 채권의 ‘공매도’와 함께 주요 규제 대상이 된다.

둘째, CDS 자체가 상품이 되어 2차, 3차로 계속 거래된다는 상황이다. 만일 기업 Z의 부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는 제3자가 있고, 그가 X와 Y의 거래를 알고 있다면 ,그는 X로부터 웃돈을 얹어 이 계약을 살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계약의 새 주인은 이를 다시 타인에게 팔 수 있다. 주인이 얼마나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은 더 큰 도박일 수 있는데, 계속 주인이 바뀌며 규모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영화 속 버리는, 아니 실제의 버리도, 숫자 매니아다. 어린 시절 특수한 암으로 한쪽 눈을 잃어버린 그는 사람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고 컴퓨터와 숫자에 빠져 살던 ‘괴짜’였다. 요즘 같으면 ‘오타쿠족(御宅族)’으로 불렸을 것이다. 공부도 잘 하고 머리도 좋아 의대에 갔고 결국 의사가 됐지만 때려치우고 펀드 매니저로 산다. 하루 종일 몇 평 안 되는 자기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그곳에서 이도 닦고 잠까지 잔다. 회사 직원 하나는 입사 후 그와 얘기해 본 적이 없다며 불평을 쏟아놓기도 한다.

그런 그가 모기지 채권의 문제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모기지 시장은 부실하고 머지않은 장래에 붕괴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나 당 수 천 쪽에 달하는 모기지 본드 계약서 수 십 개를 살펴 본 뒤였다.

이 같은 확신이 든다면, 투자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주식이나 채권의 ‘공매도(short selling)’다. <빅 쇼트> ㊤편에서 설명했듯,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서 이를 비싼 값에 팔고 추후 주식이나 채권을 싼값에 다시 사 되갚는 매매기법이다. 당연히 시장의 붕괴나 가치하락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매매행위다. 확신이 크면 클수록 규모가 커지는 것도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하지만, 비록 모기지 시장의 붕괴가 예상된다 해도, 당시 버리에게 이 같은 주식과 채권의 ‘공매도’는 불가능했다.

우선 주식의 예를 보자. 모기지 시장이 붕괴되면 어느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까? 이것은 쉽게 추측 가능하다. 모기지 대출 관련 은행과 채권 발행 은행, 그리고 건설사 등이 꼽힌다. 그렇다면 관련 기업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되사면 된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바로 시기였다. 언제 붕괴되는가? 1년 후? 2년 후? 아니면 3년 후? 주식을 빌려놓고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채권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컸다. 시기의 문제는 둘째고 모기지 시장의 안정성이 워낙 크다는 인식 때문에 채권 공매 시스템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머리를 쥐어짠 끝에 내린 결론이 CDS였다. 특정 모기지 채권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쇼트 포지션’에 서서 보험을 들겠다고 하면 모기지 채권이 부도가 날 리 없다고 보는 누군가가 ‘롱 포지션’에 서서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봤다. 그는 이 거래가 매우 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미국 부동산 시장은 활황을 누리고 있었고 누구도 모기지 채권의 부도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맞았다. 그는 골드만삭스를 찾아갔고, 비웃음을 받으며 모기지 채권에 대한 CDS를 요청했고, 은행은 ‘롱 포지션’의 보험사를 알아봐 줬고, 이 계약은 어렵지 않게 체결된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투자 은행을 돌아다니며 CDS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금액은 모두 13억 달러. 이는 회사 유동자금 전체로, 속된 말로 ‘몰빵’을 했던 것이다. 위기가 오자 채권의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치솟았고 그는 떼돈을 번다. 영화는 매일 그가 기록하던 투자 수익률과 이윤을 보여준다. 최종 수익률은 489%, 이윤은 26억9000만 달러였다. 

<마크 바움(Mark Baum), 제이미 시플리(Jamie Shipley), 찰리 겔러(Charlie Geller), 벤 리커트(Ben Rickert)>

제이미와 찰리.
제이미와 찰리.

영화 <빅 쇼트>에 등장하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두 인물, 루이스 레이니어리와 마이클 버리에 대해 다뤘다. 영화에는 물론 이들 외에도 인물 여럿이 등장한다. 모두가 돈 버는 데에는 남달랐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만 본다면 이 둘에 비해 중요도는 떨어진다. 모두 실존 인물에 기초한다 해도 자료가 제한적이고 따라서 가감(加減)도 많다. 역사적 시각보다는 영화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캐릭터 중심으로 이들이 위기를 맞아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돈을 벌게 됐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마크 바움(Mark Baum)의 실존 모델은 스티브 아이스만(Steve Eisman)이라는 헤지펀드 매니저다. 2008년 모기지 위기 당시 모건 스탠리 산하의 헤지펀드 관리사인 프론트포인트 파트너스(Frontpoint Partners)에서 일하다, 말한 대로, ‘큰돈’을 벌었다. 영화 스토리처럼 엄청난 CDS를 구입해 자신이 운영하던 헤지펀드 규모를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불렸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이후 뉴버거 버만(Nueberger Berman) 그룹의 펀드 매니저로 일한다.

조연 캐릭터 벤라커트 역을 맡은 세계적 스타인 브레드 피트.

영화 속 바움은 ‘현장주의자’다. 숫자 매니아 버리가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이도 닦으며 컴퓨터와 데이터에 파묻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연한 기회에 모기지 시장의 부실과 채권의 디폴트 가능성 얘기를 들은 그는 발품을 팔며 현장을 돌아본다. 모기지 론을 받은 거주인, 부동산 중개사, 심지어 모기지 론을 받아 여러 채 집을 산 스트립 걸까지. 여기에 CDS 관리자와 기업평가기관 전문가가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기지 시장의 충격적인 현실에 직면한다. 모기지 1차 대출은행은 대출 즉시 대규모 투자은행에 이를 넘기고 투자은행은 이를 채권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매도한다. 이 과정에서의 모럴 해저드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수료 수입에 눈이 먼 은행들은 죽은 사람이나 강아지 이름으로 대출을 해 주고, 신용평가사는 이 같은 채권에 ‘우량’ 등급을 준다. 그는 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필연으로 본다. 결국 대규모 CDS를 구입하고 그 역시 큰돈을 벌게 된다.

영화 속 또 다른 인물 제이미 시플리(Jamie Shipley)와 찰리 겔러(Charlie Geller), 이들은 운 좋게 모기지 시장의 부도 가능성 얘기를 접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풀 베팅, 큰돈을 번 것으로 나온다. 이들은 콜로라도의 한 시골 동네에서 제이미가 요트배달을 하며 모은 돈 11만 달러를 갖고 집 차고에 회사 사무실을 차린 뒤 투자를 시작한다. 그리고 몇 년 사이 3000만 달러로 불린다. 그리고 이 돈은 모기지 위기를 거치며 다시 1억3000만 달러로 늘어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들이 11만 달러를 10년도 안 돼 100배 이상인 1억3000만 달러로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영화 해설 중 한 마디 말이 그들의 투자 철학을 관통한다.

“실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에 대한 옵션은 시장에서 아주 싼 값에 거래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가정한다.) 그러니 그들이 틀린다면 적게 잃고 맞는다면 크게 딴다. 때로는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

그들의 성공 철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생략됐지만 그들의 실제 모델인 제이미 마이(Jamie Mai)와 찰리 레들리(Charlie Ledley)의 몇 가지 성공 사례는 알려져 있다. 그중 하나는 신용카드사 관련 옵션 건이다.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던 이 신용카드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였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제이미와 찰리는 상세한 분석 끝에 이 회사 미래 주가가 올라가는 것에 베팅한다. 이 베팅은 성공했고 20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그들이 우연히 얻은 모기지 시장의 붕괴 소식을 그냥 넘길 리 없었다. 모두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섰다. 그들은 이제 전 재산 3000만 달러를 들고 뉴욕으로 향한다. ‘큰손’으로 거듭날 기회를 노리며. 하지만 실망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JP모건으로부터 거래를 위해서는 요구자본금(Capital Requirements) 15억 달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은둔 중인 은행가 벤 리커트(Ben Rickert)가 등장한다. 영화는 벤의 도움으로 이들이 마침내 모기지 본드의 스와프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이 인물, 조연 중에서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벤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바로 세계적인 톱 스타 브레드 피트였다. 영화가 보여준 여러 파격 중 하나였다.

영화적 측면에서 <빅 쇼트>는 한 마디로 훌륭하다. 영화의 완성도도 높고 감독의 연출 능력도, 배우들의 연기도 빼어나다. 거기에 재미까지 곁들여 있다. 영화가 대중예술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측면일 것이다.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원전을 빼고 넣고 다듬어 영화언어로 승격시키는데 성공한 측면도 강하다. 이로써 2015년 개봉 된 뒤 그해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진입해 각색상을 수상했다.

편집과 각색, 그리고 캐스팅은 확실히 눈에 띤다. 버리의 불안한 표정과 모기지 채권 관련 수치, 중산층 가정의 집 등이 빠르게 교차편집되면서, 영화는 관객에게, 버리의 불안 심리는 물론 주택시장과 가정의 붕괴, 그리고 미국의 붕괴가 주는 불안과 공포를 잘 전달해 준다. 중간 중간 포함된 사각 앵글은 보는 이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훌륭한 각색은, 앞서 말했던 대로 원작의 어려움, 복잡함, 무거움을 웃으며 볼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그러나 필자는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최대 강점으로 캐스팅과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기를 꼽고 싶다. 특히 진짜 의안이라도 한 듯한 크리스찬 베일의 버리 연기는 그가 결코 ‘배트맨’과 ‘미국 사이코’에 한정된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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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기획위원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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