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3 10:05 (금)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5) '배신과 신뢰'…'죄수의 딜레마'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5) '배신과 신뢰'…'죄수의 딜레마'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5.10.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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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합쳐 사자의 공격을 뿌리치던 황소 두마리, 사자의 이간질에 속아 모두 숨져
개별 이익과 집단의 이익은 종종 충돌…업체간 담합 행위 '죄수의 딜레마'로 억제

두 마리의 황소가 살고 있었습니다. 황소들은 아주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두 마리 황소가 사는 곳 근처에는 사자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사자는 두 마리 황소를 무척 잡아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황소 둘은 항상 함께 행동했기 때문에 사자 혼자의 힘으로는 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사자는 황소를 사냥하기 위해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황소를 잡아먹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 다른 황소가 달려와 뿔로 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황소를 쫓아가면 다시 다른 황소가 달려들었습니다. 사자는 두 마리의 황소가 사나운 기세로 공격하자 멀리 달아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자는 두 마리의 황소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서로를 이간질해서 따로따로 공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자는 황소들을 찾아가 말을 걸었습니다. "황소들아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황소가 누구지?" 황소들은 각기 자기가 힘이 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사자는 황소들을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로 해서 알 수 있겠니? 아무래도 이 중에는 가장 힘이 센 황소가 없는 것 같구나."

사자는 머리를 흔들면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황소들은 서로 자기가 힘이 세다고 하면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뿔을 부딪치면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하지만 힘이 엇비슷한 황소들은 결판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황소들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계속 서로를 헐뜯었습니다. 두 마리는 결국 사자의 계획대로 사이가 아주 나쁘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둘은 더 이상 함께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사자는 마음놓고 황소를 잡아 먹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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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자주 마주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개인과 집단의 이익 충돌, '죄수의 딜레마'=사이가 좋았던 황소들은 사자의 이간질 때문에 서로 싸우고 말았습니다. 결국 황소들은 모두 사자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사자라는 적을 앞에 두고 친구들끼리 싸운 결과입니다. 만약 두 사자가 자존심은 상하겠지만 상대방을 더 힘이 세다고 치켜세우며 다투지 않았다면 모두 사자의 밥은 면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자주 마주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게임이론의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로 알아보죠.

범죄를 저지르다 현장에서 붙잡힌 A와 B가 있습니다. A와 B가 저지른 범죄는 1년형의 벌을 받습니다. 검사는 A와 B가 또 다른 범죄의 공범이란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두 사람의 자백을 받기 위해 검사는 용의자 A와 B를 각기 다른 독방에서 취조하기로 했습니다. 검사는 용의자 A에게 "당신이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다면 형량을 줄여 주겠다. 만약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는 상황에서 B가 자백할 경우 당신은 10년형을 받게 되고 자백해서 수사에 도움을 준 B는 풀려날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자백하고 B가 범행을 부인한다면 당신은 바로 풀려난다. 만약 두 용의자 모두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면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A와 B는 각각 1년형만 받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게임에서 A와 B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은 범행 사실을 인정하며 자백하거나 끝까지 부인하는 것입니다. 둘이 선택하는 전략에 따라 모두 풀려나거나 1년형, 3년형 또는 10년형 벌을 받게 됩니다.

먼저 A입장을 생각해보죠. B가 만약 죄를 부인한다면 A는 자백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자백하면 바로 풀려나지만 죄를 부인하면 1년형의 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B가 자백하는 경우에도 A는 역시 자백하는 것이 이익입니다. 부인하면 10년 형을 받지만 B와 함께 자백하면 3년형을 받기 때문이지요. B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지 A는 자백하는 것이 항상 더 나은 선택이 됩니다. 이런 상황은 B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A가 어떤 선택을 하든 B도 자백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결과 둘다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둘에게 최선의 결과가 아닙니다. 두 죄수 모두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면 더 짧은 1년형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비합리적 선택이 합리적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게 죄수의 딜레마 게임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두 마리 황소와 사자 우화에 연결해 볼까요? 황소 둘에게 협력(함께 다니기)이 사자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배신(따로 다니기)가 사자에게 차례로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사자는 검사처럼 배신을 유도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황소 개별적으로는 따로 행동이 서로 간섭받지 않고 먹이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 유혹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둘 모두 사자의 먹이가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황소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음으로써 죄수의 딜레마에서 자백을 택한 죄수들처럼 배신을 합리적 선택인 양 받아들인 셈이 됐습니다.

◇사교육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죄수의 딜레마는 개별 이익과 집단의 이익이 충돌하는 분야에서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군비경쟁이라든가 기후변화 대응, 환경 문제, 공공재 사용 등에서 죄수의 딜레마 문제가 제기됩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한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매출의 상당액을 마케팅에 쏟아부었던 휴대폰 시장을 예로 들어볼게요.

신규 가입자를 쉽게 확장하기 어려운 이동통신 사업에서 모든 회사가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면 회사의 수익 구조는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이익은 줄고, 가입자 유치는 제자리걸음이니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질적 경쟁을 벌이자며 휴전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동통신 3사가 동시에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마케팅 전쟁에서 뒤로 물러서는 순간 경쟁 통신사로 가입자가 대량으로 빠져나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통신회사가 가입자를 1명 늘리면 다른 회사의 가입자가 1명 줄어드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에 빠졌던 것이죠. 결국 다 같이 비용을 줄이는 게 어려우니 수익을 늘려보자는 심산으로 요금 담합에 나섰습니다.

담합 행위는 불법이지만 적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의 담합 행위 적발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자진신고감면제도'였습니다. 자진신고감면제도는 담합에 참여하는 업체가 스스로 자백할 경우 하지 않은 다른 회사보다 과징금 등을 줄여주거나 면제해주는 관용을 베푸는 것입니다. 영어로 '리니언시(leniency)'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죄수의 딜레마 속 죄인들처럼 담합에 참여한 회사가 먼저 자백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밀을 지키고 있는데 다른 회사가 먼저 자백해버리면 자백하지 않은 회사만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진신고감면제도는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 담합 참가자들이 서로 믿지 못하게 만들어 담합을 억제하는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사교육 문제는 망국병으로 불릴 정도로 국가적으로 폐해가 큽니다만 근절되기는커녕 나날이 번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죄수의 딜레마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사교육을 두고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을 시키느냐', '마느냐'입니다. 모두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면 아이는 행복해지고 부모는 사교육 부담에서 해방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내 아이가 사교육을 받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사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다른 아이도 사교육을 받을 경우 서로 비슷하게 성적을 유지하게 됩니다. 내 아이만 사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다른 아이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사교육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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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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