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08:45 (화)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3) 전직금지약정, 어디까지 유효한가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73) 전직금지약정, 어디까지 유효한가
  •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5.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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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어서 법원은 엄격하게 내용 제한
약정서에는 위반시 손해배상,가처분 조치 등 명확히 포함시켜 두는게 안전
현대 기업 경영에서 회사들은 기술 유출, 핵심 인재의 경쟁사 이동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과 의무복무기간 설정 또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곤 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현대 기업 경영에서 회사들은 기술 유출, 핵심 인재의 경쟁사 이동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과 의무복무기간 설정 또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곤 한다.

이러한 특별 약정들은 기술 유출과 경쟁사의 인력 흡수를 억제하고, 기업이 투자한 시간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채용 시 스카우트 비용('사이닝 보너스')이나 연봉 인상, 학비·거주비 지원 등을 하는 해외 연수를 약속하며 일정 기간 복무 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경쟁사 이직을 금지하는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고, 퇴직 시점에서 퇴직금 또는 특수 보상을 대가로 전직금지를 약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직업 선택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법원은 이러한 약정들이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있다고 하여도 그 약정이 곧바로 유효하다고 보지 않고 엄격한 기준하에 그 내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약정이 어떤 조건하에서 유효한지, 실제 판례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정리해본다.

첫째,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vs. 사용자 보호"가 충돌하는 영역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언제든지 직장을 옮길 수 있고, 퇴직 후 창업하거나 경쟁회사로 이직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 방법, 영업비밀, 고객 거래선 리스트 등 핵심 정보가 직원의 머릿속에 남아 퇴사 시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사용자 측 이익(영업비밀 보호, 투자 회수 등)과 근로자 측 자유(직업 선택, 이직 자유 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 법원도 이러한 약정이 곧바로 유효하다고 보지 않고 엄격한 기준하에 판단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둘째, 각 기업에서는 이러한 약정들이 유효하기 위한 조건이 뭔지 잘 살펴보고 직원들과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원이 전직금지 등으로 자유를 잃는 만큼 적절한 보상 또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대가의 존재와 규모). 그리고 대가를 지급한다 해도 금지 기간이 장기간 허용되지는 않고, 약정 기간의 합리성을 반드시 살펴야 하는데, 여기에는 업무 및 경쟁업체와의 관계, 해당 직원이 회사의 핵심 기술 또는 영업비밀에 깊이 관여했는지 여부, 경쟁사 간 유출 가능성, 기술 유출 시 발생할 손해의 규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일반적으로 퇴직 후 1년 범위 내에서 유효하다는 판례가 많으나 반도체 기술, 이차전지 파우치 필름 개발 분야에서 2년 금지도 유효하다는 판례들도 있다(금지 기간의 합리성).

셋째, 금지 지역도 그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전직금지의 업종, 지역, 경쟁 범위 등이 추상적이면 무효가 되거나 제한적으로 해석된다. 특수 기술 업종은 전국, 심지어 해외 경쟁사까지 금지 지역이 될 수 있으나 학원 업종은 대략 반경 2~5km 범위에서 1년간 금지 정도로 인정된다.

넷째, 금지 분야, 전직금지 대상 회사 등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경쟁사" "관련 업종" "직접적 경쟁 행위" 등의 문구는 애매한 문구이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원이 "퇴직 후 경쟁 업종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광범위한 서약을 한 경우, 문언이 너무 막연하여 영업비밀을 이용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경쟁 업체로의 전직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아 약정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불인정했다.

다섯째, 해외 연수 명목으로 회사가 경비를 지원했지만 그 기간이 해외 출장·해외 시찰 등으로 해석될 만큼 극히 짧거나 해외 연수 중 회사 근무도 병행하는 경우 등의 경우, 연수 비용 지원을 이유로 의무복무기간 등을 설정하는 것은 무효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약정 위반 시의 책임과 금전적 반환 문제는 약정서에 위반 시 손해배상, 가처분 조치(이직 회사 취업 금지 가처분 신청도 가능) 또는 위반 기간에 비례한 반환 등을 명확히 포함시켜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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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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