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소형모듈원전(SMR)과 백신 등 에너지 및 바이오 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21일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에서 가진 저녁 모임에서 SK가 2대 주주인 미국 테라파워의 SMR 기술 개발 및 상업화 관련 전략적 협력과 10년 이상 이어온 백신 분야 협업 확장 방안을 협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2008년 SMR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한 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SMR의 안전성과 효율성,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시장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SK와 테라파워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SK그룹과 게이츠 측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쇄 회동을 갖고 협력 방안 논의를 이어갔다. 한미 협력 기반의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을 협의하기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게이츠 이사장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SK그룹과 테라파워는 SMR 투자와 기술개발,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상업용 원자로 개발 경과를 설명했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SMR은 4세대 SMR로 상업운전과 무전원 공기냉각 기능 등 안전성이 높고, 열에너지 저장장치와 결합돼 자유롭게 출력 조절이 가능하다. 기존 원자로 대비 40% 적은 핵폐기물을 배출하고, 재생에너지와의 호환성도 커 현존하는 SMR 가운데 안전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2040년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정부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 제도 도입 등을 산업부에 요청했다.
테라파워의 또 다른 국내 협력사인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도 이날 게이츠 이사장과 회동했다. 정기선 부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나트륨 원자로의 공급망 확대 및 상업화를 위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테라파워에 나트륨 원자로의 주요 기자재인 원자로 용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 함께 조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용융염 원자로 기술 개발에도 협력하는 등 SMR을 활용한 추진 선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