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1 17:15 (목)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⑩ '과잉시대' 기업의 돌파구?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⑩ '과잉시대' 기업의 돌파구?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5.08.2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0년대말 '경기 좋으면 물가 오르는 공식'깨져…"상품 말고 고객의 마음을 바꿔라"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해당 상품의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 기업 포지셔닝의 기본 전략

1960년대 말 시작된 스태이그플레이션. 잘 팔리던 물건이 잘 안 팔리기 시작했다. 기업은 당황했다. 원인도 처방도 잘 몰랐다.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는 그런 기업들에게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물건이 왜 안 팔리는지, 어떻게 해야 팔 수 있는지를 알려준 것이다.

-----------------------------------------------------------------

1960년대 말, 미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경기침체(Stagnation) 중 물가상승(Inflation),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새로운 현상을 접하게 된다. 경제학자들도 적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경기와 물가는 함께 갔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1960년대 말 들어 그 공식이 깨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시작된 '전후 호황'의 끝자락에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 트라우트ㆍ리스 … 환경변화의 원인과 해법 제시

젊은 시절의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  ※자료=Branding Strategy Insider.
젊은 시절의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 ※자료=Branding Strategy Insider.

스태그플레이션은 단순히 거시경제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첨단에 서 있던 기업도 기이한 상황을 겪게 된다. 물건 팔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던 것이다. 몇 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싸게 내놓으면 그냥 팔렸다. 광고도 별 게 없었다. 설명조로 "우리 제품은 이렇게 좋고 값도 싸다"고 알리면 됐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옛 일'이 됐다. 더 많은 돈을 써 더 많은 광고를 내도 성과는 별로였다. 적잖은 기업이 고민에 빠졌고 시간이 갈수록 고민은 커져만 갔다.

이때 구세주가 등장한다. 잭 트라우트(Jack Trout)와 앨 리스(Al Ries)였다. 1970년대 초부터 '포지셔닝'이란 주제로 논문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기업의 열렬한 환대를 받는다. 세계 곳곳에서 초정을 받아 수 년 사이 무려 500회나 강연을 다닌다. 무엇보다 그들은 기업이 처한 새로운 상항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준다. '과잉생산'에 '과잉매체'에 '과잉커뮤니케이션'까지. 한 마디로 '과잉시대'에 진입했다는 얘기였다. 뭐든 차고 넘치다 보니 웬만큼 잘 만든 상품이라도, 웬만큼 돈을 들인 광고라도 먹혀들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만으로는 그들의 세계적인 인기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물론 새로운 병(病)에 대한 정확한 원인 제시만으로도 의사는 성공했다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진짜 명의(名醫)라면 치료까지 가능해야 한다. 트라우트와 리스가 기업의 큰 환호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병'의 원인뿐 아니라 치유책까지 제시했던 것이다. 그것도 매우 적확한. 이로써 그들은 '현대 마케팅의 창시자'라 칭송받을 자격을 얻게 된다.

과잉생산에 과잉매체에 과잉커뮤니케이션. 이 같은 '과잉시대'에 기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그들의 책 제목이 '답'이다. 포지셔닝(Positioning). 말 그대로 '특정 사물'의 자리를 설정하는 일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때의 '특정 사물'이란 자사가 만든 '상품'이 될 것이라 추정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트라우트와 리스는 기업에 '제품의 위치 설정' 방식을 알려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과잉시대'의 생존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결국 "기업이 살려면 상품의 위치 설정을 잘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럼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상품의 위치 설정'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잖은 마케터들은 '포지셔닝'을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여기며 "마케팅의 모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또는 그래서, 이 개념과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통일성은 약하다. 말하는 이마다 얘기가 조금씩 다르다. 일단 전반적으로 마케팅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내용만 보자.

첫째, 그 '기원'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다. 누군가는 '광고계의 마술사'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David M. Ogilvy)가 그 시발(始發)이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포지셔닝 개념은 오길비 이전부터 있었다며 반론을 편다. 대부분의 마케팅 연구자들이 확실하게 동의하는 것은 트라우트와 리스가 그 창시자라거나 기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에 의해 포지셔닝 개념이 확고해지고 그 인식이 광범위하게 펴졌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둘째,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개념 정의도 설명 방식도 제각각이다. 오길비는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what aproduct does, and who it is for) 제품인가"라는 질문으로 포지셔닝을 정의한다. 즉, '제품의 기능 및 사용자'라는 기준으로 포지셔닝 개념을 정의한 것이다. 확실히 이는 '제품'에 한정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포지셔닝 개념을 '제품'에 한정시키려 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브랜드 개념을, 어떤 이는 가격과 경쟁사 전략까지 이 개념에 포함시킨다. 자칫 '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의 외연(外延)이 지나치게 넓어질 위험도 있다.

■ 포지셔닝, "사용자ㆍ가격ㆍ브랜드도 포함해야"

‘광고계의 마술사’로 불리던 데이비드 오길비.  ※자료=ko.wikipedia.org.
'광고계의 마술사'로 불리던 데이비드 오길비. ※자료=ko.wikipedia.org.

셋째, 개념이 제각각이니 설명 방식도 제각각이다. 오길비는 제품의 기능과 사용자 집단을 강조하는 반면 트라우트와 리스는 여기에 브랜드까지 포함시켜 포지셔닝 전략을 말한다. 현대 마케터들은 여기에 가격이나 경쟁사 전략까지 포함시키고 '타게팅'이니 '차별화'니 하는 보다 정교해진 개념을 포함시켜 포지셔닝 전략을 짠다.

그렇다면 트라우트와 리스는 포지셔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조금 길지만 중요하니 원문을 인용해 보자.

"포지셔닝의 출발점은 상품이다. 하나의 상품이나 하나의 서비스, 하나의 회사, 하나의 단체 또는 한 개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그러나 포지셔닝은 상품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어떤 행동을 가하는 것이다. 즉,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해당 상품의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컨셉을 '상품 포지셔닝'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제로 상품 자체에 어떤 행동을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이름과 가격, 포장에서 이뤄지는 변화, 즉 포지셔닝이 일으키는 변화를 상품 그 자체에 대한 변화로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 이제 트라우트와 리스가 말하는 포지셔닝 개념에서 몇 가지만 추려 정리해 보자. 중요하다. 잘 기억해 두자.

-------------------------------------------------------

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