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7 14:30 (일)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2) 일시적 고통 피하려다 더 큰 고통 만난 당나귀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52) 일시적 고통 피하려다 더 큰 고통 만난 당나귀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5.07.3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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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단기 손실' 두려워 회피하면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 입어
주식 오래보유하다 원금이 회복되면 매도에 나서는게 개인행태
워런버핏은 내재가치가 높고 저평가된 우량주식은 버리지 않아

정원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나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나귀는 날마다 나무와 흙을 나르면서 일을 했지만 제대로 먹이를 얻어먹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한 나귀는 제우스 신을 찾아가서 새 주인을 구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위대하신 제우스 신이시여!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듭니다. 부디 저에게 디른 주인을 구해 주십시오." 제우스 신은 나귀의 기도를 들어주었습니다. 얼마후 나귀는 옹기장이에게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귀는 이전보다 더욱 많은 짐을 나르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찱흙과 도자기까지 운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쉴틈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나귀는 또 다시 불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귀는 한번 더 주인을 바꿔달라고 제우스신에게 빌었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주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발 다른 주인을 구해 주십시오."

제우스신은 다시 나귀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옹기장이는 가축시장에 가서 나귀를 내다 팔았습니다. 결국 나귀가 팔려간 곳은 가죽장이 집이었습니다. 나귀는 점점 더 힘든 주인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가죽장이는 온갖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다가 물건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고 있었습니다. 새주인이 일하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다가 나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참 복도 없지! 차라리 처음 주인과 함께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거야. 새주인은 내 가죽까지 벗기려 들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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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효과는 손실을 실현할 때의 고통를 피하려는 심리 때문으로 상승장에서는 이익을 줄이고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돈 벌 기회 차버리는 처분효과=당나귀는 단기적인 고통을 피하려다 장기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편하고 쉬운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우화는 일시적인 손실이나 고통이 두렵다고 무모한 회피를 선택하다간 되레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돈 벌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당나귀 처럼 순간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회피하려다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우를 자주 범합니다. 투자경력 10년 가까운 50대 중반 김모씨. 그는 2년여 전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주가가 오르긴 올랐어도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였죠. 그러나 상투였습니다. 중간에 몇차례 반등하기 했지만 매입가에 미치지 못했고 마침내 반토막이 나자 아예 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주가가 올 2월부터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 덧 매입가를 옷돌게 됐습니다. 김씨는 이때다 싶어 그 주식을 처분했으나 그 뒤로 줄곧 오름세를 탔습니다. 김씨는 금전상 손해는 없지만 매도를 서두른 것을 두고 두고 후회했습니다.

요즘처럼 물 졸은 장에서 김씨와 같은 심정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주가가 떨어져 본의 아니게 주식을 오래 보유하다가 원본이 회복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매도에 나서는 것이 개인들의 매매행태입니다. 만약 주가가 매도 후에도 오른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재매입을 하지 못합니다.

여러 종목을 보유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죠. A주식과 B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주식 모두 100만원에 샀습니다. 현재 A회사 주식은 50만원이고 B회사 주식은 150만원입니다. 이번 달 아파트 관리비를 내야하는 데 현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팔아야 합니다. 개인들은 이 상황에서 십중팔구 이익을 보고 있는 B주식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A주식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B주식은 더 떨어질 수도 있는데도 그렇게 합니다. 이익을 내고 있는 주식을 팔고 손실을 내고 있는 주식을 보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주식을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 싶은 때문이 아닐까요?

투자자들이 오른 주식을 팔고 내린 주식은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을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합니다. 처분효과는 일반투자자들이 자주 보이는 행태로 손실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요. 특히 요즘처럼 시장이 좋을 때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립니다. 처분효과는 손실을 실현할 때의 고통를 피하려는 심리 때문으로 상승장에서는 이익을 줄이고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습니다.

처분효과 말고 '평균으로 회귀' 기대감도 개인들의 매매행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평균으로 회귀란 어떤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했을 때 그 결과 값이 평균에 가까워지는 경향성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말하자면 내린 주식은 언제가 다시 오르게 돼 있고 오른 주식은 언제가 다시 떨어지게 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평균으로 회귀 기대감 때문에 떨어지는 주식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마냥 보유하게 됩니다.

미국 UC버클리 비즈니스 스쿨의 터렌스 오딘 교수는 증권시장에서 처분효과와 평균으로 회귀 기대감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는 한 증권사 계좌 1만개를 추출해 6년 동안의 거래기록을 분석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익종목의 약 15% 매도한 반면 손실종목은 10%만 매도 했습니다. 수익을 올린 주식은 대략 일곱주 중 하나를 처분했고 손실 난 주식은 열주 중 하나를 매도하고 나머지 아홉주는 계좌에 담아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오딘 교수는 조사 대상 계좌들이 팔아버린 수익 종목은 들고 있는 손실 종목보다 평군 1년에서 2년까지 수익을 낸 것으로 밝혀냈습니다. 오른 종목은 언젠가 떨어지고 내린 종목은 오른다는 투자자들의 평균회귀 기대감은 잘못됐다는 것을 실증한 셈입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면=투자의 세계에선 누구나 위험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선 위험과 맞써 싸워야 합니다. 위험이 클수록 이에 따르는 보상도 커지는 법입니다. 이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한다고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불후의 투자 원칙을 지키려면 처분효과라든가 평균으로 회귀 기대감 같은 심리적 요인과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주가하락으로 손실구간에 들어섰을 때 대응방법을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손해보고 파는, 즉 손절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손절이란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했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질 때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매입한 주식의 주가가 떨어져 매도하면 손해를 보겠는데 그렇다고 더 기다려 보자니 주가가 더 떨어져 손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그런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매도해 버리는 것이죠.

손절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하락의 폭이 크면 클수록 원본 금액으로 상승하는데 더 큰 여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를 '손익 비대칭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매입 금액이 100원일 때 하락폭에 따른 원금으로의 회귀를 위한 상승률을 따져보겠습니다. 20% 하락이면 25% 상승해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 40%하락이면 67%, 50%하락이면 100% 각각 상승해야 원금을 되찾게 됩니다. 손절을 안 한다는 것은 보험을 들고 난 후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보험을 끊어버리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입니다. 적정기간에 손절을 못 하면 발톱만 자르면 될 것을 다리, 몸통까지 잘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손절은 '해당 종목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이 투입한 총자금의 3%를 초과한 경우 장기성장성을 고려해 단행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3% 룰을 적용해 손절을 단행할 경우, 5번까지는 손절 후 남은 자금으로 12% 정도의 이윤을 내면 원금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사실 고수들도 5번 매입할 때 1~2번은 손실을 보는 것을 고려한다면 3% 정도를 총 자본 손실율로 잡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손절한 금액으로 주식을 다시 매입한다고 해도 경기후퇴로 모든 주식이 동반하락하는 경우 갈아타는 것도 쉽지 않으니 시기를 잘 저울질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바닥에서 우량주를 팔아 경기회복기에 배아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은 경기하락으로 자신의 우량주가 손절 기준으로 내려갈 때, 내재가치가 높고 저평가된 우량주식은 버리지 않아 경기회복 후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봤다는 점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다만 이 경우 가치투자를 위해 철저하게 해당 종목과 회사, 업종을 분석한 결과이며, 싸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물타기하려는 행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투매권에서 손절을 하면 높은 확률로 바닥에 팔고 나오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손절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재무관리학계에서는 자산의 가격이 모멘텀 효과를 가진다는 통계가 나와 있기 때문에 투자 전략이 자유로운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대부분 손절을 구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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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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