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7 04:05 (일)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82) "러시아 가스, 한국으로 가져가자"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82) "러시아 가스, 한국으로 가져가자"
  •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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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7.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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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과 수교 1년전인 1989년에 소련 상공회의소 회장의 초청으로 모스크바 방문
자동차 임원들, '자동차'견학 불발에 실망 하자 "이거 봐. 여기 천연가스 무궁무진"

한국과 구소련이 수교를 맺은 건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90년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사업인 북방정책에 기업인으로서 가장 활발하게 앞장선 사람이 정주영 회장이다.

정 회장은 수교 1년 전인 89년에 소련 상공회의소 회장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스텔라, 쏘나타 등 중형차를 개발한 현대자동차가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 개발을 위해 전 세계를 다닐 때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은 물론 도움만 된다면 중국과 소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모스크바 방문의 주제는 양국의 경제 교류와 시베리아 개발이었으나 현대로서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마침 소련에서도 "보고 싶은 건 다 보여주겠다"라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정주영 회장이 모스크바 방문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는 장면. 사진=아산기념관.

모스크바 방문의 주제는 양국의 경제 교류와 시베리아 개발이었으나 현대로서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마침 소련에서도 "보고 싶은 건 다 보여주겠다"라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회장의 모스크바 방문 때 자동차 임원들도 따라갔다. 그런데 자동차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자기들이 자랑하는 우주선과 그 부품들만 보여줬다. (물론 한국의 우주선 개발에 러시아 기술이 크게 도움이 됐지만)

모스크바 출장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자동차 임원들이 "괜히 왔네"이러고 있는데 정 회장이 뜬금없이 가스 얘기를 꺼냈다. "이거 봐. 여기 천연가스가 무궁무진해. 이걸 파이프로 연결해서 한국까지 가져오면 어떨까."

소련에서 한국까지 파이프를 가설해 가스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드는 흔한 아이디어가 돼버렸지만, 33년 전 모스크바 첫 방문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파이프를 연결하려면 자연스레 북한 땅도 지나야 해. 이 핑계로 북한과 관계도 좋아질 수 있어. 그리고 파이프를 부산까지 연결하면 일본도 우리에게 가스 사갈 걸. 배로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잖아."

정 회장이 이 얘기를 할 때 눈에서 빛이 났다고 했다. 마침 북한 방문과도 맞물려 있어서 정 회장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함께 갔던 이명박 회장이 나중에 대통령 됐을 때 거론한 파이프라인 아이디어가 바로 이때 나온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배터리 연구소를 세우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현대 자동차는 압축 전지를 쓰고 있었는데 소련은 이미 니켈 메탈 배터리를 쓰고 있었다.

배터리는 주요 일정이나 안건에 없었던 내용이었는데 곁눈질로 눈여겨본 정 회장이 귀국한 뒤 500만 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연구소를 만들었다. 자동차는 배터리에서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정 회장은 사우디에서 온 손님을 영빈관에서 접대할 때도 배터리 얘기를 꺼낼 정도로 애착이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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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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