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의 상당 부분이 가계 대출로 떠 받쳐 … 작년말 기준 주택 담보대출 총액은 1124조원
전국5~6곳 거점도시에 수도권 버금가는 정주여건 만들면 집 값 안정되고 증시투자 늘수도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자산은 데이터입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AI 모델을 구축하고 효율화하려면 바르고 신뢰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빅데이터가 필수입니다. 세계적으로 본격화하는 AI 시대에 맞춰 각종 데이터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사회 현실을 짚어보는 '양재찬의 데이터경제학'을 재개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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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이 마침내 시가총액 3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7월 10일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2603조7392억원, 코스닥시장 413조8598억원 등 총 3017조599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3000조원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은 1990조원 수준이었다. 올해 초 2000조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6월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상법 개정,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하며 6월 말 25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 자산시장에는 주식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시가총액 시장이 존재한다. 바로 주택시장이다. 한국은행이 17일 국민대차대조표(2024년 잠정)를 통해 지역별 주택 시가총액 통계를 공표했다. 주택 공시가격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여 전국 주택 시가총액을 산출한 결과 2024년 말 기준 7158조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주택 시가총액이 2498조원(34.9%)으로 1위였다. 서울보다 인구와 주택이 많은 경기도 주택 시가총액이 2075조원(29.0%)으로 2위였다. 이어 부산 390조원, 인천 341조원의 순서였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택 시가총액 비중이 68.6%로 70%에 육박했다.
전국 주택 시가총액의 7할 이상(76.3%, 2023년 기준)이 아파트였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도권 공화국' '아파트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도에서 주택 시가총액 중 아파트 비중이 단독·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보다 높았다.
2017~2021년 집값 상승기에는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오르며 주택 시가총액이 증가한 반면 2021~2023년 집값 둔화기에는 세종·대전·대구 등 지방 광역시가 부진하며 시가총액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도 포착됐다.
2015~2023년 사이 주택 시가총액 증가율은 세종(19.1%)과 제주(10.9%)가 높았다. 세종은 중앙부처 등 행정기관 이전, 제주는 관광업 호황의 영향을 각각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경제 규모인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주택 시가총액 배율도 2023년 기준 세종이 4.5배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2.8배)을 한참 웃돌음은 물론 서울(4.2배)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큰 폭으로 올랐던 세종시 집값은 지난해 하락해 주택 시가총액이 76조원으로 2023년보다 0.5% 감소했다.
집값은 최근 또다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달아올랐다. 급기야 정부가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과연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묶는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이 안정될까?
더구나 문제는 이러한 집값의 상당 부분이 가계대출로 떠받쳐 있다는 점이다. 2024년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124조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15.7%를 차지한다. 결국 집값의 6분의 1 정도를 빚으로 쌓아올린 셈이다.
전국 평균이 이렇지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과 인천, 경기도 위성도시 등의 주택 시가총액 대비 가계대출 비중은 훨씬 높을 것이다. 게다가 그 중 상당수는 젊은 세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대출로 집을 샀거나 전세를 얻어 거주하고 있을 테고.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과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 및 사회 고질병의 출발점이다. 과도한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높은 주거비용은 청년들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든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할수록 서울은 상대적으로 많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도 떨어뜨린다.
집값 안정과 청년 취업난 완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거점도시 5~6곳에 지원과 투자를 집중하자. 역대 정부에서 정책적 지원을 전국 여러 다수 지역에 배분하는 방식이 실제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거점도시에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 투자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사족이지만 주식 시가총액이 많아질수록 주택시장으로 향하던 자금이 증시로 발을 돌리고 비정상으로 오른 집값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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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이코노텔링 논설고문■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중앙일보 산업부장·경제부장, 아시아경제 논설실장 역임.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저서: <통계를 알면 2000년이 잡힌다>,<내가 세계 최고, 숫자로 보는 세계 여러나라>공저-<그래도 우리는 일본식으로 간다>,<What's Wrong, Korea?>,<대한민국 신산업지도>,<코리안 미러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