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국 수출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건설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6월의 기업 체감경기가 넉 달 만에 다시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6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6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5월보다 0.5포인트(p) 하락한 90.2로 집계됐다. 3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하던 CBSI는 이달 하락세로 돌아섰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2003∼2024년) 평균인 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 기업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6월 11∼18일 전국 3294개 기업(제조업 1839개·비제조업 1445개)이 응답했다.
한은은 "CBSI가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악화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 평균을 밑돌기 때문에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새 정부 정책, 내수 회복 시기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CBSI(94.4)는 업황(-0.7p)과 자금 사정(-0.4p) 등을 중심으로 5월보다 0.3p 하락했다.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오르던 제조업 CBSI는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한은은 "미국의 관세 부과 유예에 따른 재고 비축 움직임으로 전반적인 재고 수준은 개선됐지만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상품의 관세율이 올랐고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발생하면서 제조업 기업 심리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CBSI(87.4)도 매출(-0.6p)과 채산성(-0.5p) 등이 부진하면서 0.7p 내렸다. 비제조업 CBSI도 넉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7월 CBSI 전망치는 전산업(89.4), 비제조업(86.7)이 6월 전망치보다 0.1p, 0.4p씩 하락했고, 제조업(93.4)은 0.3p 상승했다.
세부 업종의 BSI 흐름을 보면 제조업 중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에틸렌 스프레드가 하락하면서 화학물질·제품 업종이 부진했다. 금속가공 업종도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서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나빠졌다.
비제조업 실적은 건설·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악화했다. 주택 건설 경기 침체에 더해 토목 공사 수주가 부진했다. 지방 소재 상업용 부동산 매매와 임대업체를 중심으로 업황이 악화했다.
예술,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골프장과 공연장 이용객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6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2.8로 5월보다 0.6p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89.3)는 0.2p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