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08:10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9) '공동 부담' 거절한 말에 돌아온 업보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9) '공동 부담' 거절한 말에 돌아온 업보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5.06.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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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강자가 자기 욕심만 채우고 약자를 돌보지 않으면 함께 망할 수 있음을 가르쳐
지나친 성장은 '소득불균형 부작용' 낳고 분배에 치중하면 성장 어려워져 이 둘의 조화 긴요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는 장사꾼에게는 말과 나귀가 한 마리씩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말과 나귀의 등에 많은 물건을 싣고 다녔습니다. 그날도 장사꾼은 물건을 싣고 다른 마을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고, 그날따라 짐도 평소보다 무거웠습니다. 장사꾼은 말과 나귀에게 똑같은 무게의 짐을 실었습니다. 말은 덩치도 크고 힘도 세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몹시 지친 나귀는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나귀가 말을 쳐다보면서 애원했습니다.

"나를 생각해서 자네가 내 짐을 조금 더 지고 가는 게 어떨까? 난 지금 너무 지쳐 걸어갈 수 없을 지경이야. 제발 부탁하네." 그러나 말은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나도 엄청 힘들단 말이야."

말은 나귀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했습니다. 할 수 없이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나귀는 결국 얼마 걸어가지 못하고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런, 나귀가 죽어 버렸네. 내가 너무 짐을 많이 실었나? 그래서 병이 걸렸나 보군."

장사꾼은 나귀가 지고 있던 짐을 모두 말에게 옮겨 실었습니다. 그리고 나귀의 가죽을 벗겨서 말 등에 얹었습니다. 결국 말은 처음보다 몇 배나 무거운 짐을 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말은 힘들게 걸음을 옮기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나귀의 부탁을 들어줄 걸 그랬어. 내가 바보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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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강자가 자기 욕심만 채우고 약자를 돌보지 않으면 함께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흉년 들 때 곳간 문 연 경주 부자=힘세고 건강한 말이 나귀의 짐을 나누어 졌더라면 당장은 힘들었겠지만 결국에는 나귀나 말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왔을 겁니다. 인류 역사는 강자가 자기 욕심만 채우고 약자를 돌보지 않으면 함께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많이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지나치게 압박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가졌던 기득권마저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선 시대 때 경주 최부잣집은 흉년이 들어 민심이 어려워지면 곳간 문을 열어 사방 100리 안쪽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곡식을 가져 갈 수 있게 했답니다. 그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도 훌륭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도적으로 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동네 부잣집은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자본주의가 처음 도입됐을 시장 기능만 잘 유지하면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지요. 1억원을 가진 사람이나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겠지 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었고 없는 사람은 더 쪼들였습니다. 말하자면 '빈부 격차' '빈익빈 부익부'가 생겨난 것이지요. 그래서 자본주의 문제에 대한 반동으로 사회주의·공산주의 같은 반자본주의가 등장했습니다.

빈민 계층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생산과 분배를 통해 부의 평준화를 꾀하겠다는 이들의 주장에 열광했습니다. 공산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칼 마르크스같은 이는 자본주의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멸망할 것이며 노동자는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자본주의는 탄생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돈 많은 자본가들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수정자본주의' 가 등장한 배경이 그랬습니다. 자본주의 틀은 유지하되 정부가 시장경제에 어느 정도 개입해 빈부 격차 문제를 풀어간다는 게 그 골자입니다. 누진세를 중심으로 한 세금정책과 복지제도가 수정자본주의의 근간입니다. 많이 벌수록 세금을 더 내게 해 그걸로 빈곤 계층의 복지를 위한 재투자를 하는 것이죠.

그럼 왜 자본주의에선 빈부의 격차가 커지는 것일까요. 그건 돈이 지닌 속성 때문입니다. 가령 수십억원을 가진 사람은 은행에 그 돈을 가만히 넣어 두기만 해도 해마다 수천만 원의 이자 소득을 올립니다. 또 부동산이나 주식 등 수익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끌어모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돈이 없는 사람은 먹고 살기가 빠듯합니다. 힘들게 노동해 번 돈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갑니다. 다른 수입이 없다 보니 고용주나 돈 많은 사람에게 끌려다니게 됩니다.

자본은 후손에게 대물림될 수 있기 때문에 부자의 후세는 부자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사람은 후세도 가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의 부가 특정 계층에 쏠린다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1년 기준 상위 10%가 국가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5.6%만 가져가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경제발전 덕에 평균적인 삶의 질은 올랐지만 반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성장도 성장이지만 분배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분배란 경제발전의 과실을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누리도록 경제정책을 펴는 것을 말합니다.

◇분배냐, 성장이냐?=분배 정책의 최근 실례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실행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소주성'은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고, 그걸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사회복지 확대 같은 정책들이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었지요.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 증가와 고용 증가를 꾀하는 한편 소득 불균형 해소를 통한 사회적 형평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나타났습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져 힘들어 했고, 일부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기까지 했지요. 근로시간 단축 역시 생산성 하락이나 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낳았지요. 결과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은 기대했던 만큼의 경제 성장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고용 불안정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얼마전 새정부를 꾸린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기본소득제'도 진보적 색채가 짙은 분배 정책입니다. 워낙 논란이 많아 실현여부는 미지수지만 기본소득제의 핵심은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및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해 소득 분배를 꾀한다는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과정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노동소득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 예측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는 주장입니다. 기본소득제를 찬성하는 이 제도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념이 단순해 선별적 복지에 비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둡니다. 그러나 재정 확보를 위해 세금인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조세부담율이 높아지면서 노동생산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수 인사들은 나라 재정을 축내고 표만을 의식한 표플리즘 정책이라고 날을 세웁니다.

따지고 보면 분배도 결국은 성장을 등에 업지 않으면 허구에 불과합니다. 경제 성장으로 나라 곳간이 튼튼해야 퍼다줄 것도 생기니까요. 사실 성장과 분배 문제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하지만 이들 둘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쟁처럼 모순관계에 있습니다.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분배가 희생돼야 하니까요. 기회비용 원리를 생각하면 금세 이해할 겁니다. 처음부터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펴면 빈부 격치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곳간이 텅 비었는데 분배를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성장은 많은 투자와 사업 확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지나친 성장은 물가상승이나 소득불균형같은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분배 또한 지나치면 성장이 어려워집니다. 이 둘을 잘 조화시키는 운영의 묘가 필요합니다. 현대의 많은 국가가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배합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양쪽이 적절하게 짝짓기를 이룰 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겠죠. 새정부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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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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