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절반씩 나눠 공동 운영… 정의선 "자율주행차, 5년 안에 양산 목표"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모빌리티 전문기업 앱티브(APTIV)와 손잡고 미래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약 4조7800억원)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갖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 가치를 포함해 모두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를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의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인력 등을 출자한다.
합작법인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두며 설립 인허가 등을 거쳐 내년에 설립될 예정이다.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이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며, 최고경영자(CEO)는 칼 이아그네마 현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 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앱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계열사였던 차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2017년 12월 분사한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15조9천억원, 영업이익 1조6천억원의 경영실적을 냈으며 시가총액은 27조4천억원 규모다.
양사의 합작법인은 전 세계 자동차업체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을 목표로 한다. 양측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미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미래차 개발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와 정보기술(IT) 기업간 합종연횡에서 변방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단숨에 미래차 연합의 한 축으로 부상하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와 도로주행 시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앱티브가 기존에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앱티브 가 운영해온 기존 연구거점들은 합작법인에 남고, 국내에도 추가로 연구거점을 설립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시대는 보수적으로 보면 2030년쯤 올 것"이라며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리고, 미 캘리포니아 같은 곳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전력 소모가 많아서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뒤 “수소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 보급 추세에 대해 "2020년 이후 계속 성장해 머지않은 시기에 자동차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