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4 12:10 (목)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➇ 과잉 주택과 한국의 부동산 위기(4) 부동산 붕괴의 '전조' … 헐값 집 매입 후 고가 월세로?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➇ 과잉 주택과 한국의 부동산 위기(4) 부동산 붕괴의 '전조' … 헐값 집 매입 후 고가 월세로?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5.06.19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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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으면 골도 있기 마련 … 집값이 무너지면 '부동산 카르텔'은 어떻게 대응하나
과잉생산-과잉소비-과잉부채의 종말 징후…가계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빚에 허덕여

부동산 카르텔이 있다 치자. 그들은 무조건 집값을 올리려 할까? 또 그게 늘 성공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산이 있으면 골도 있기 마련이다. 뭐든 너무 오르면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 자칫 집값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부동산 카르텔은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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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 편의 글은 영화 대본 쓴다 생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본 것이다. 자, 내친 김에 한 번 더 가자. 여전히 두 주인공이 대화를 나눈다. 주인공 A는 혼탁한 부동산 시장을 주제로 소설을 쓰려는 중견 소설가,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K는 그의 선배이자 '재야의 경제학자'다. 서울 근교 K의 집에서 둘은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주요 세 장면

 A="선배님, 플랜B가 뭐죠? 집값이 붕괴했을 경우 부동산 카르텔이 취할 또 하나의 전략이란 거잖아요. 그게 전세나 월세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요?"

 K="카르텔의 이너 써클이 아니니까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추정은 가능하다고 봐."

 A="알겠습니다. 플랜B, 정말 궁금하네요."

 K="소설가에 시나리오작가시니 영화도 많이 봤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혹시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 봤어?"

 A="봤죠. 윌 스미스가 주인공이잖아요. 아들하고 노숙생활을 하다 증권사에 직원으로 들어가 펀드매니저가 된다는…."

 K="맞아. 그 영화 보고 뭔가 느끼는 거 없었어?"

 A="있었죠. 미국 노숙자들은 우리나라 노숙자 하고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거죠. 우리나라 노숙자라면, 뭐랄까, 인생 포기자랄까, 다시 일어설 생각을 하지 못하는…. 그런데 그 영화 속 주인공은 노숙 생활을 하면서도 양복에 넥타이 매고 계속 취업의 문을 두드리잖아요. 그러다 결국 취업하고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났다는, 뭐 그런 이야기…. 미국에서는 멀쩡한 사람도 노숙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상했지요."

2006년 개봉된 가브리엘 무치노(Gabriele Muccino) 감독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사진=스틸컷.
2006년 개봉된 가브리엘 무치노(Gabriele Muccino) 감독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사진=스틸컷.

 K="맞아. 하지만 미국에서는 더 이상한 상황도 있지. 그 영화 속 주인공은 직장이 없잖아. 그런데 미국에서는 멀쩡히 직장 갖고 월급 받는 사람도 노숙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거야. 캠핑카나 승합차 등에서 먹고 자고 출퇴근 하는 거지."

 A="저도 유튜브에서 봤습니다. 집값과 월세가 너무 올라서 그렇다더군요."

 K="그렇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올랐느냐는 거지."

 A="네? 집값, 월세가 왜 올랐냐고요? 그거야 다른 물가가 오르니 함께 오르는 거 아닌가요? 보통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K="물론 그렇지.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

 A="네? 그게 뭐죠?"

■ 6경6800조원 움직이는 큰손이 미국 주택 싹쓸이?

 K="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보건복지부 장관 하는 사람 있잖아,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그 사람이 요즘 미국의 문제점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중 집값과 관련된 내용도 있어. 몇몇 거대 헤지펀드 기업들이 주요 도시의 집을 싹쓸이 수준으로 사들여 집값도 월세도 맘대로 올린다는 거야. 그래서 대도시 주거비가 오르고 멀쩡한 노숙자들이 생겨난다는 거지."

 A="정말요? 아니,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집을 싹쓸이 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K="블랙록이라는 헤지펀드 운영사가 있어. 세계 최대 규모지. 그런데 운영 자산이 얼마나 될까? 무려 12조야, 12조. 그것도 단위가 '원'이 아니라 '달러'지. 12조 달러! 2025년 미국 예산 7조3000억 달러의 1.6배나 되는 돈이야. 우리나라 돈으로 얘기해 볼까? 환율을 1400원으로 잡으면 1경6800조 원이야. 상상이 돼?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이 말이야, 코스피ㆍ코스닥ㆍ코넥스 다 합쳐 2600조 수준이야. 블랙록 총 운영자산의 13%에 불과한 거지. 이 회사가 대규모로 주택을 매입해 집값하고 월세 올리는 선두주자야, 선두주자."

 A="엄청나군요. 그런데 그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K="주거비 상승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야. 그게 뭘 뜻하겠어? 세계적으로 자본이 집중되고, 그 자본이 주요 도시의 주택을 사들여 집값도 월세도 자기 맘대로 올린다는 뜻이야.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잖아. 이제 그들 눈에 들어가지 않을까?"

 A="세계 거대 자본이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네요. 결국 우리나라 주택시장 붕괴를 기다린다는 얘기고요. 그럼 주택을 싹쓸이한 뒤 세입자는 돈 줘서 내보내고, 그리고 집값도 올리고 월세도 올린다…. 정말 무섭네요. 그걸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K="글쎄, 유일한 길은 외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건데, 그럼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텐데, 그걸 하려는 국회의원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상황이면 또 외부 압력이 얼마나 크겠어? 오히려 사업자 등록하고 그 시장에 뛰어들려 하지 않을까?"

 A="선배님 말씀 들으니 아주 오래 전 얘기가 생각나네요. 1990년대 초였을 거예요, 김영삼 정부 때인데요, 다단계 있잖아요, 미국의 세계적인 다단계 기업의 한국 대표가 피라미드 사기로 구속됐던 거예요. 그러자 미국의 엄청난 압력이 있었고 결국 풀려났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법까지 바꿔 다단계를 피라미드 판매와 별개로 해 합법화시켰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유튜버 테오 본(Theo Von) 채널에 출연, 미국의 집값과 월세, 노숙자 문제를 설명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자료=youtube.com/watch?v=zxGjncnX9n8
미국 유튜버 테오 본(Theo Von) 채널에 출연, 미국의 집값과 월세, 노숙자 문제를 설명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자료=youtube.com/watch?v=zxGjncnX9n8.

 K="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만일 이번에도 미국의 세계적인 자금이 들어와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다면 막기 힘들 거야."

 A="그럼 집값이 안 떨어지면 해외 거대 자금은 안 들어오는 걸까요?"

 K="지금처럼 집값이 비싸면 당장은 안 들어오겠지. 급할 거 없잖아.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비싼 채로 유지될까? 집값이 너무 올라 살 사람이 없어. 서울 집값도 신고가니 뭐니 하지만 결국 상당수가 허위거래로 나왔어. 일종의 사기지. 게다가 공급이 너무 많아. 공급은 많고 살 사람은 적고 값은 비싸고…. 결국 거품이라는 거지. 그것도 어마어마한 거품."

 A="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만 넘쳐나는 게 아니잖아요. 중국 보세요. 테무나 알리 등에서 파는 저가 상품만 넘쳐나는 게 아니에요. 세계 선두주자라는 중국 전기차도 요즘 완전 떨이예요, 떨이. 과잉투자로 인해 모두 망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던데…. 정말 상품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K="맞아. 내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그야말로 과잉생산의 시대야. 이 과잉생산이 유지되려면 무조건 과잉소비가 필요하지. 문제는 이 '과잉소비'가 '소득'이 아닌 '빚'으로 유지된다는 거야. 그야말로 과잉생산-과잉소비-과잉부채 체제인 거지."

 A="언제부터 그런 걸까요? 그리고 그 체제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K="언제부터? 그건 말할 수 있어. 연구자들은 그 시기를 1970년대 초로 잡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생산설비의 붕괴되자 생산이 부족해지면서 세계는 약 25년 정도 호황을 맞지. 만드는 대로 팔렸던 시절이었어. 하지만 전후 호황은 거기까지였어. 세계는 다시 설비 과다와 과잉생산 시대로 접어든 거지. 이후 설비가 대규모로 파괴될만한 전쟁은 없었어. 설비는 또 과잉되고…. 근데, 언제까지 가냐고? 그건 알 수 없지. 어차피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거잖아. 하지만 거의 다 온 것 같아. 과잉부채가 부채의 최종 책임자인 국가로까지 확산됐잖아. 미국, 중국, 일본을 보라고. 최강국 모두가 국가부채로 허덕이잖아."

 A="맞아요, 미국, 중국, 일본은 국가 부채가 너무 많아요. 누가 봐도 막바지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럼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거죠?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죠?"

 K="그건 모르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하지만 과잉생산-과잉소비-과잉부채 체제의 종말이 가까이 온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 여기저기서 그 징후가 보여. 가계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빚에 허덕이잖아."

A와 K는 한 시대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그러자 표정도 심각해졌다. 다시 술잔을 부닥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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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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