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회생 계획 인가 전에 새 주인 찾을지 관련 업계 촉각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가치 보다 크면 회생절차는 폐기 수순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온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 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서 그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 청산이냐, 회생절차를 통한 회사 존속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온 홈플러스가 M&A를 통한 새 물주 찾기로 선회한 것은 회생법원이 지정한 회생절차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내놓은 '조사보고서' 덕분이다.
삼일회계법인은 12일 홈플러스 본사에서 채권단을 대상으로 이 같은 요지의 '조사보고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우선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고정비 성격의 원가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사업구조 △코로나19 팬데믹과 소매유통업의 온라인 전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 등 3가지가 꼽혔다.
재무 평가 결과 홈플러스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기업 존속) 가치보다 1조1,758억 원이나 높게 나온 게 특징적이었다. 홈플러스가 앞으로 10년간 기업경영을 계속할 때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은 2조5,058억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에 비해 회사 청산이 불가피해 보유 자산을 모두 팔 때의 회수 예상액은 3조6,816억 원으로 기업 존속 시 회수 예상액(2조5,058억 원)보다 1조1,758억 원 많을 것으로 진단했다.
전국적인 점포망 등 다수의 대형 부동산을 보유한 홈플러스의 자산 평가액이 6조8,493억 원으로 부채 2조8,693억 원보다 4조 원 상당 많아 청산 가치는 올라간 반면 계속된 영업실적 부진으로 장래 수익은 낮게 평가된 결과로 풀이된다.
원래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면 회생절차는 폐지된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투자 유치 등 외부 자금 조달이나 M&A를 통한 외부 자금 일시 유입 등이 없을 경우 계속기업으로서 사업계획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회사 존속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회생절차를 통한 자구안 마련보다 즉각적인 M&A 추진을 권고했다.
홈플러스는 이를 받아들여 13일 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신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조만간 M&A 추진을 승인하면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시기도 인수자 선정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올 경우 대개 파산 아니면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택하는 데 홈플러스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법원의 M&A 허용 절차 진행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연내에 새 인수자(물주)를 찾지 못해 M&A가 좌초하거나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을 거부할 경우 정해진대로 청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오프라인 유통업의 영업 부진세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원하는 대로 새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초미의 관심사인 잠재 인수 후보로는 한화그룹과 네이버, GS그룹, 중국 업체인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꼽히고 있다. 대형마트업 경쟁자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관심을 보일지도 관전 거리다.
과거에도 쌍용자동차, 팬오션, 대한통운, 이스타항공 등이 청산이냐, 회생이냐의 기로에서 법원의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바 있다.
업계는 새 정부 초기인 만큼 국내 대형마트업 2위로 전국적인 점포망과 유통 노하우, 수많은 입점 업체 및 종업원(2만 명 정도로 추산)을 보유한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방식이 과연 성공할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선 순위 채권자(회생담보권자)인 메리츠의 M&A 찬반 여부다. 메리츠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의 인수 금융 리파이낸싱(차환) 당시 단독 주선사로 나서 1조2,000억 원을 대출해 준 주요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노조 측은 13일 회사 측이 사모펀드에 회사를 다시 넘기거나 점포·분할 매각을 하지 말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실질적인 투자를 우선 단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조합 측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A 실패는 곧바로 청산이다. M&A는 10만 명의 생존권을 걸고 벌이는 도박이고 먹튀 시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2024회계연도(2024.3~2025.2월) 영업손실이 3,142억 원을 기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직전 회계연도 대비 57.5% 늘어난 수치이며 지난 2021회계연도 이후 4년 연속 적자다. 당기순손실도 17.7% 늘어난 6,758억 원에 달했다. 다만 매출은 6조9,920억 원으로 0.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