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툭하면 개입하는 정부에 경종울리는 우화
작은 정부가 규제 적은 정부라면 큰 정부는 자율에 맡기지 않고 사회 각 분야 과도규제
성실하게 농사를 짓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부지런한 청년은 농사를 지으면서 닭, 오리, 토끼 같은 여러 종류의 가축들도 길렀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키운 닭과 오리들을 근처 숲에 사는 여우가 자꾸만 잡아먹자 청년은 깊은 원한을 품게 되었습니다. 화가 난 청년은 소리쳤습니다.
"이놈의 여우, 잡기만 해봐라. 내가 당한 만큼 반드시 복수를 해주고 말테다."
청년은 여우가 다닐만한 장소에 덫을 놓고 잡히기만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몰래 가축을 잡아먹으려던 여우가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여우는 안간힘을 썼지만 덫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청년은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오냐, 이놈의 여우야. 드디어 내손에 잡혔구나. 그동안 너한테 당한 것을 몇배로 갚아주겠다."
청년은 미리 기름에 적셔두었던 밧줄을 여우 꼬리에 묶었습니다. 그리고 밧줄에 불을 붙힌 후에 여우를 덫에서 풀어주었습니다. 꼬리에 불이 붙자 여우는 무척 고통스러워하며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밀밭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추수를 할 무렵이어서 밀알이 누렇게 익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우 꼬리에서 불이 옮겨붙자 밭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청년은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

◇약이 독이 되는 과잉 규제=물불을 한가리는 분노는 오히려 본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마치 이 우화의 청년처럼 말이죠. 힘센 사람이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분노를 풀려고 무리를 하다가 되레 화를 입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시장이 안 돌아간다고 툭하면 개입을 일삼는 정부에게 이 우화를 들려주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정부가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해라"하는 식의 규제를 하거나 참견을 해서 시장을 망친 경우는 허다합니다.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한 기업이 밀수를 하다 적발됐다고 해서 정부가 모든 수입을 금지시켜 버려면 나라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물론 정부 규제의 긍정적인 면도 많습니다. 정부 규제는 식품·의약품·환경·교통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독점이라든가 환경오염, 불공정거래등 시장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정부가 개입해 균형을 맞춥니다. 취약계층 보호, 최저임금 제도, 복지 관련 규제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는 이런 선기능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행정비용을 증가시키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불필요한 인허가나 복잡한 절차는 생산성과 혁신을 저해합니다. 게다가 공정한 경쟁을 왜곡시키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특정 이익 집단이 정부 규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무원의 부패가 생겨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솝우화에서 청년은 덫으로 여우를 잡는 선에서 그쳐야 하는 데 불필요하게 여우 꼬리에 불을 붙이는 과잉행동을 하는 바람에 밑밭을 몽땅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규제도 어느 정도는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된 역사부터 공부해보겠습니다. 시장은 가만히 두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굴러간다는 게 근대 경제학의 기초를 닦은 애덤 스미스의 이론이었습니다. 그러나 1920년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번진 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반드시 그렇지만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대공황 해결책으로 등장한 정부 규제=경제 대공황의 원인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부가 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편 데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정부는 '시장에 깊숙이 개입해야 경제에 탈이 않나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한편 공공자금을 투입해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실업자를 구제하고 경기를 활성화해 시장이 침체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그 덕에 대공황은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정부의 활동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조직이 과도하게 커지고 효율성도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가 심해졌습니다. 정부가 잦은 시장 개입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순리대로 돌아가야 할 경제의 흐름이 뒤틀리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부 실패 사례는 부동산 정책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 안정을 기한답시고 다주택자 규제, 대출 제한, 세금 인상 등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두고 공급 확대는 등한시하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도권 집값은 급등했고, 전세난까지 유발하는 바람에 청년층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되레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고 정책 신뢰도도 하락해 왜만한 부동산 정책으로는 뛰는 집값을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1970년대 전세계를 덮친 오일 쇼크는 시장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오일 쇼크로 불황이 계속되는데도 물가가 오르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정부의 정책을 도무지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일으키려고 정부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뛰고 물가를 잡으려고 긴축을 하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시장에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신자유주의가 생겨났습니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면 시장 경쟁이 촉진됩니다. 이는 기업경쟁력을 강화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게 신자유주의자의 입장입니다. 특히 불경기일 때엔 정부가 되도록 시장에 손을 대지 말아야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정부는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기업들은 장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요즘 각 나라들은 정부 규제를 줄이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경제 전쟁 시대에 기업들이 큰 제약없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꼭 필요한 분야도 있습니다. 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환경, 위생, 소비자 보호등 사람들의 안전과 공익이 관련된 경우에는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시장에 개입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큰 정부 vs 작은 정부=작은 정부란 말도 자주 회자됩니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큰 정부는 공무원의 수가 많거나 정부 조직이 비대해져 더 많은 기능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규제가 적은 정부를 의미합니다. 공무원 수가 적은 것이 작은 정부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공무원의 수가 적더라도 정부에서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규제를 과도하게 하고 있다면 이것은 큰 정부로 봐야 합니다.
작은 정부는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축소해서 민간 부문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개념인데, 무조건 인원이나 조직을 축소해 작은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작은 정부를 만든답시고 공무원의 숫자만 줄이는 눈가리고 아웅식 조직운영을 해온 게 사실입니다. 공무원 수를 늘리되 국민들이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손님이 북적대는 식당에 가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국민 수를 낮춰야 국민들이 진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너무 무리하게 인원 감축을 해서는 안되겠죠. 큰 정부 작은 정부를 이야기할 때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능, 그중에서도 규제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