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08:00 (화)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➆ 과잉주택과 한국 부동산 위기(3) 이제 살 사람이 없다?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➆ 과잉주택과 한국 부동산 위기(3) 이제 살 사람이 없다?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5.04.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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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 원에 달하는 전세금 규모도 문제 … 그 돈을 돌려 줘야 전세 제도가 사라져"
"은행ㆍ언론ㆍ건설사ㆍ부동산 중개업자가 집값 떠 받치려 하지만 늘 성공하지 않아"

부동산 카르텔은 집값을 올리거나 최소한 오른 집값을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할 때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집이 지나치게 비싸다, 빚이 차고 넘친다, 이제 살 사람이 없다, 이제 붕괴는 필연이다…. 그런 생각이라면 '플랜 B'가 가동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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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본 쓴다 생각하고 한 번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지난번처럼 두 주인공이 나와 대화를 나누는 또 하나의 주요 장면이다. 최근 수 년 간 벌어진 국내 부동산 관련 상황을 소재로 소설을 쓰려는 중견 소설가 A, 그리고 그의 선배이자 '재야의 경제학자' K가 나누는 대화다. A가 서울 근교 K의 집을 찾았다.

■ 주요 장면(2)

● A="선배님, 이건 어떻게 보세요. 요즘 정부, 언론, 유튜버들이 나와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했다고 하잖아요? '전세=악(惡)'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월세로 가야하고 실제로 그렇다는 거예요? 진짜일까요?"

● K="진짜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그 근거를 먼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근거가 뭐래?"

● A="저도 그걸 찾아봤는데요, 첫째가 전세 사기에요. '전세'라는 제도 때문에 서민 피해가 많다는 거죠. 그래서 전세금을 보증해주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부담이 크다는 거예요. 2023년과 2024년 2년 사이 대신 갚아 준 돈이 10조 원이나 된다는 거죠. 거기에 전세제도가 갭 투자와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거잖아요. 전세제도 때문에 가계대출이 는다는 얘기도 해요.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120조가 넘는다는 거지요. 그리고 실제로 월세 비율이 늘었다는 것도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는 근거로 얘기합니다."

● K="그래? 어떻게 생각해?"

● A="뭔가 이상하기는 하죠. 앞뒤가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예를 들어 전세 사기가 많다, 그러면 사기꾼을 잡아야 되고, 그럼 HUG가 떼이는 돈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전세대출이야 조금씩 줄이면 되는 거고요. 그럼 갭 투자나 월세 비중도 자연스럽게 줄겠죠."

● K="맞아. 전세 사기꾼 잡으면 전세사기가 없어지겠지. HUG가 떼이는 돈도 줄 테고. 거기에 전세대출도 줄인다…. 그럼 전세값은 어떻게 되겠어?"

지난해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역대 최고 수준인 4조 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돌려줬다./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HUG) 홈페이지.
지난해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역대 최고 수준인 4조 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돌려줬다.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HUG) 홈페이지.

● A="전세값이요? 떨어지겠죠."

● K="전세값이 떨어지면, 집값은?"

● A="당연히 집값도 떨어지겠죠. (잠시 생각하더니) 선배님은 그럼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정부가 전세제도를 없애고 월세를 강화하려 한다는 말씀인가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건 좀 심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집값이 떠받쳐 질까요? 그리고 전세제도가 사라질까요?"

● K="맞아. 나도 무리수라고 생각 해. 무엇보다 1000조 원에 달하는 전세금 규모가 문제야. 궁극적으로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그 돈을 돌려줘야 전세제도가 사라지는 거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줘? 그러니 전세제도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

■ '전세제도 끝' 주장 이유 … 정부의 미분양 매입?

● A="그럼 왜 그런 말이 나올까요?"

● K="이유는 나도 몰라. 하지만 추론은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력을 발휘해 봐. 작가나 소설가가 하는 게 그런 거 아니야?"

● A="글쎄요…. 선배님 얘기 들어보니 일단 집주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DSR 규제로 전세대출 규모도 줄여야 하고, 신규 입주 물량도 많으니 전세물량도 늘 테고, 그럼 전세값이 떨어질 테고 그럼 또 집값도 떨어질 거다, 그러니 가급적 전세를 주지 말고 월세로 돌려라, 은행 이자는 월세 받아 내라…. 뭐, 그런 메시지 아닐까요? 그럼 전세값 하락에 따른 집값 하락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 K="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게 다일까? 정부가 직접 나서서 월세를 유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 A="네? 어떻게요?"

● K="요즘 미분양이 문제잖아. 공식적으로는 7만 채, 비공식적으로는 10만에서 15만 채까지 얘기가 나와. 건설사 부도의 원인이기도 하지. 그러니 정치권과 정부 고위직 일부가 부동산 관련 기업과 관련이 있다 쳐 봐. 그래서 정부가 세금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 준다고 쳐 봐. 이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3000채를 사주겠다고 했어. 그걸 사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책을 내겠다는 거잖아. 좋아 보이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해?"

●A="'전세가 악'이니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더 사야 한다는 명분이 생기는 거군요."

● K="그렇지. 일단 거기까지만 해도 부동산 카르텔에게는 성공이지. 하지만 더 큰 노림수가 있는지도 몰라. 내가 보기에는 그게 훨씬 중요하고 위험해 보여."

●A="(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더 큰 노림수요? 그게 뭐지요?"

● K="플랜 B."

●A="네?"

● K="부동산 카르텔은 집값을 올리거나 최소한 오른 집값을 지키려고 애를 쓰지.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 정부나 은행, 언론, 건설사, 부동산 중개업자 등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집값을 떠받치려 하잖아. 하지만 그들의 전략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야.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거야. 그들은 그것을 모를까?"

● A="알겠죠."

●K="맞아. 바로 그때 필요한 게 플랜 B지. 특히 요즘 상황을 보면 영 개운치가 않아. 부동산 정책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너무 오락가락, 이랬다 저랬다야. 기관마다 엇박자인 경우도 많고 은행이나 언론도 갈팡질팡이야."

● A="맞습니다. 그렇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닐까요?"

● K="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견(異見)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우리나라 부동산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볼 수도 있어. 무엇보다 공급 과잉이 너무 심해.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등 유사 주택에,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 관련 시설까지 포함하면 그 과잉 규모가 어마어마한 거지. 거기에 인구도 줄고 지방은 죽어 가잖아. 아무리 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야. 집값이 너무 올랐어. 그 얘기인즉슨 집 산 사람들 빚이 너무 늘었다는 거고. 카르텔 내부에서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는 거야. 이제 집 살 사람이 없다, 빚을 낼 수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된다? 집값이 붕괴되는 거야."

● A="한편으로는 집값을 올리려 하고 한편으로는 그 전략이 실패할 수도 있으니 '플랜 B' 추진을 고려한다…."

● K="그렇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그게 그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전략이야.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무시무시하지. 생각하지 조차 싫을 정도로."

● A="전세제도 폐지와 월세제도 강화가 '플랜 B'다? 하지만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왜죠?"

작가 A는 몸을 고추 세우고 선배 K를 바라봤다. 반짝이는 눈에는 호기심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K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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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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