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9:35 (수)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38)시골쥐와 서울쥐…도시화의 그늘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38)시골쥐와 서울쥐…도시화의 그늘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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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1.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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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장 편리하고 역동적인 삶은 도시 안에서 벌어져 77억 명의 인류 중 절반이 도시 생활
항상 위험 노출돼 불안한 삶이 이어지는 '서울'보다 맘 편한 시골이 낫다는 시골쥐의 주장 눈길

시골쥐가 도시에 사는 친구에게 식사나 함께 하자고 시골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도시쥐는 흔쾌히 승낙했지만 그는 먹을 거라곤 보리와 잡동사니가 섞인 형편없는 곡식 낟알뿐임을 발견하고 시골쥐에게 말했습니다.

"이 친구야, 자네는 생각보다 무척 초라하게 살고 있구만. 그렇지만 나의 집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네. 만일 자네가 내 집에 온다면 그것들을 전부 나눠주겠네."

그래서 둘은 곧장 도시로 출발했습니다. 그의 친구가 그에게 배, 콩, 빵, 대추야자, 치즈, 꿀 그리고 과일을 내놓자, 깜작 놀란 시골쥐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도시쥐를 진심으로 부러워했습니다. 그러고는 시골에서 가난하게 사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습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문이 열리며 웬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겁에 질린 쥐들은 벽의 갈라진 틈새로 허겁지겁 도망쳤습니다. 잠시 뒤 다시 돌아와 말라빠진 무화과를 먹으려고 할 때 또 다시 뭔가를 가지러 방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구멍 속으로 숨어야 했습니다. 그러자 시골쥐는 굶주리는 한이 있어도 도시에 살지는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잘 있어, 친구야. 자네나 배불리 먹고 유쾌하게 지내게나. 자네의 진수성찬은 위험과 불안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진 것이구먼. 난 눈치 보고 무서움에 떨며 좋은 음식을 먹느니 보리와 곡식 낟알밖에 없는 보잘것없는 식사라도 마음 편히 먹는 편이 훨씬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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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고요함이 깃든 간소한 생활이 사치스럽게 지내며 불안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낫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도시, 기적이 펼쳐지는 플랫폼= 이 우화는 평화와 고요함이 깃든 간소한 생활이 사치스럽게 지내며 불안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도시 생활은 언뜻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보이지만 시골쥐의 말처럼 늘 위험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솝의 시대에도 도시가 있었고 요즘 우리가 앓고 있는 도시 문제의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가 제기되고 있었나 봅니다.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진리를 되새겨주는 우화입니다.

하버드대학의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 1967~)는 《도시의 승리》(해냄, 2021)라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도시'라고 주장했습니다. 바퀴, 화약, 금속활자의 발명도 인류 문명에 큰 기여를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기적이 펼쳐지는 바탕에는 도시라는 종합 플랫폼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가장 편리하고 역동적인 삶은 도시 안에서 벌어집니다. 77억 명의 지구촌 인구 중 50%가 넘는 숫자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도시는 도읍(都邑)과 시장(市場)이 합쳐진 말입니다. 도읍은 행정 및 정치의 중심지를, 시장은 상업 및 경제의 중심지를 의미하지요. 이처럼 도시는 다양한 활동의 무대로서 매우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특징을 가집니다. 도시 인구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덴마크·아이슬란드에서는 250∼300명 이상, 프랑스·독일 등에서는 2천 명 이상, 미국은 2,500명 이상, 한국·일본은 5만 명 이상입니다.

도시의 기원에 관해 고고학자들은 "사람이 토지에 정착해 도구를 이용한 농경을 시작한 것을 농업혁명이라 하는데, 이 농업혁명의 결과로 농산물의 잉여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때 네 사람이 다섯 사람분의 식량을 생산하면 농경에서 해방된 한 사람은 학자·예술가·기술자 등 비농업적 전문가가 된다. 이러한 사람들의 수가 늘면서 그들은 필연적으로 활동 여건이 좋은 중심 촌락에 모이게 되고, 여기서 국가가 생기고 따라서 도시도 형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도시혁명이라 하고, 도시혁명은 5000년 내지 1만 년 이전에 이루어졌다는군요. 실제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형성된 기름진 초승달 지대에 메소포타미아 도시문명이 탄생한 것은 기원전 3500년경으로 알려져 있고, 인더스 강변의 인더스문명, 황하 유역의 은·주 문명, 그리고 나일강변의 이집트문명이 생긴 것도 모두 기원전 3000~2000년의 일이었습니다. 문명사적으로 볼 때 세계의 도시는 신전의 도시로 시작해 왕권의 도시, 봉건 영주와 사원의 도시, 상공인의 도시로 이어오다가, 산업혁명 이후에는 공업도시·관리도시로 기능과 역할이 변화해왔습니다.

이솝이 살았던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였습니다. 도시국가란 고대 국가 출현 이전에 존재했던 도시 중심의 국가 형태를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국가는 아테네였습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종교와 방위의 기능을 가진 도시의 상징적 구조물이었으며, 그 주변에는 '아고라'라는 광장이 있어 교역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거 지역이 길거리를 따라 불규칙적으로 형성되었지만,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규칙적인 격자형 도로 체계가 나타났습니다.

따지고 보면 원래부터 도시인 곳은 없으며, 도시가 아니었던 곳이 변화되는 상황을 거쳐 도시가 태어났습니다. 도시 면적이 점차 확대되고 도시 주민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도시화'라고 하지요. 옛날에는 농업, 어업, 목축업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의 수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공장 또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농·임·어업과 같은 산업은 그 지역의 날씨, 산과 들 등과 같은 자연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달리 공업과 서비스업 등의 산업은 물건을 생산할 많은 노동력과 이것을 구매할 소비자를 필요로 합니다. 일자리나 교육, 각종 편의 시설을 이용할 기회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계속해서 도시로 모여들고, 자연스럽게 도시 주민의 수가 늘어나고, 그 면적 또한 늘어나게 됩니다. 산업의 발달은 도시의 발달을 의미한다는 건 그래서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 인구 대이동=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빠져나가자 시골은 농사 인력 부족에 허덕입니다. 도시화의 그늘입니다. 만약 나라 전체가 도시로 변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푸른 숲으로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주던 녹지 공간은 사라진 채 어딜 가도 빌딩, 자동차만 보이고 쌀과 채소 같은 농산물은 모조리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하며 환경오염과 각종 범죄가 들끓는 삭막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도시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입니다. 고대 도시가 소비적인 특권 계층의 도시이고 중세도시가 상인 길드의 도시였다면 산업혁명 이후의 근대 도시는 자본주의적 공업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를 하기 위해서는 저임금에 쓸 수 있는 노동자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농촌에 있는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사람이 모여들면 소비도 늘어납니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가 함께 커지면서 도시가 발전하고, 도시는 경제 성장의 근거지가 됐습니다. 도시로 유입된 노동자는 수입이 크게 늘어 중산층 형성에 기여했습니다. 중산층이 튼튼해야 사회가 안정되고 나라 경제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도시화는 민주적인 사회 발전과 선진국으로의 진입에 필수요소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인구의 급증 현상은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등진 피난민들이 전쟁이 끝난 후 대도시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경제 개발이 시작된 1960대부터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집중되는 특이 현상이 나타납니다. 수도권이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일부 지역을 말하는데, 수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비대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수도권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사는 인구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고 기업과 공장들 절반 이상이 이곳에 몰려 있습니다. 정부가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해 공기업 지방 이전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완화될 조짐이 안 보입니다.

◇도시화의 그늘, 그 해결책은=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과 더불어 인구·기능이 도시로 집중했으나 그에 대한 대책이 적절하게 뒤따르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각종의 도시 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값 상승입니다. 도시 지역은 인구 밀도가 높아 주거 수요가 증가하게끔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요를 따라올 부동산 공급은 항상 제한적이기에,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주거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서울의 일부 아파트는 어지간한 월급쟁이가 평생 돈을 모아도 살 수 없을 만큼 크게 올라 내 집이 없는 서민들이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교통난도 심각합니다. 교통난은 본질적으로 영원히 해결이 불가능한 이율배반적 요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건설돼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흡수했지만 급증하는 개인 승용차 때문에 도로는 늘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시 인구의 급증과 과밀, 에너지 소비 증가, 자동차 배기가스, 생활·산업 오염물, 각종 폐기물 등으로 환경 문제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도시가스 보급을 비롯한 환경 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수질 오염도는 점점 악화하는 실정입니다. 사람이 많이 살다 보니 쓰레기 공해도 심각합니다. 이밖에 대도시는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도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구 과밀 현상에 대해선 인구와 행정 기능, 시설의 지방 분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원의 소비와 환경 문제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고요. 교통 문제는 지하철 건설, 도시고속화도로 건설, 차량요일제,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 등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주택 문제 해결방안으로는 신도시 건설, 국민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 보급률 증대가 있습니다. 노후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것입니다. 환경 문제도 여러 갈래로 대처 방안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전기 등 청정연료의 보급 확대, 대기 정화 처리 시설 설치 등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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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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