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8 00:05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알래스카 땅 매매 비하인드 스토리
[김성희의 역사갈피] 알래스카 땅 매매 비하인드 스토리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11.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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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크림 전쟁 치른 러시아, 영국이 식민지 캐나다 통해 알래스카 침공 할까 걱정
남북전쟁 때 러시아에 빚이 있던 링컨 정부 수어드 국무장관이 '알래스카 매입' 제안
1200평당 2센트라는 헐값에 샀지만 '황무지'를 거액에 샀다는 반대여론에 곤욕 치러
"수어드의 냉장고"란 비아냥도 들었지만 '국익 위해 정치적 좌절 견딘 정치인' 평가
러시아제국은 1868년 단돈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겼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세상을 바꾼 100가지 문서』(스콧 크리스텐슨 지음, 라의 눈)을 뒤적이다 '알래스카 매입 수표'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제목과 달리 서양사에 치우친 문서들을 다룬 책이지만 알래스카 매입은 예전부터 관심사였던 때문이다.

러시아제국은 1868년 단돈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겼다. 남한 국토의 15배가 넘는 크기에 원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땅을 그 가격에?

한데 이 책을 읽고 관련 사실을 들춰보니 그럴 만했다. 우선 18세기에 알래스카를 식민지화한 러시아에겐 나름대로 알래스카를 팔아치울 이유가 있었다. 당시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배권을 놓고도 영국과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와중이었고 막 영국과 크림 전쟁(1853~1856)을 치른 끝이어서 재정이 쪼들렸다.

게다가 러시아 입장에선 알래스카에 연연할 실익이 없었다. 영국령 캐나다를 통해 영국군이 공격해 올 경우 알래스카를 지켜낼 현실적 여력이 없었다. 항공기는커녕 시베리아 철도도 없는 마당에 수도 모스크바에서 7,000km나 떨어진 곳에 원병을 보내기도 어려웠으니 당연했다.

미국 입장은 조금 달랐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남북전쟁 때 러시아제국은 양다리를 걸쳤던 영·불과 달리 확실하게 북부를 지원했다. 남북전쟁에 승리한 링컨 정부는 러시아의 원조에 대해 뭔가 갚아야 했지만 명분 없이 현금을 주기는 그런 형편이었는데 이때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알래스카 매입 대가로 돈을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여기 등장하는 수어드가 또 문제적 인물이다. 1860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링컨보다 유명했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력 주자였는데 링컨 행정부에서 충심으로 링컨을 도왔다. 그리고 링컨의 뒤를 이은 앤드루 존슨 행정부 때 수어드는, '어차피 잃을 땅, 몇 푼이라도 받자'는 러시아 측과 밤샘 협상 끝에 1867년 3월 30일 새벽 4시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무려 1에이커(약 1,200평)당 2센트란 헐값으로!

한데 이 거래에 대한 여론이 아주 좋지 않았으니 이것도 아이러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변변한 자원도 없고 온통 얼어붙은 황무지를 그런 거액에 사느냐는 반대 여론이 일었고 일부 언론은 알래스카를 "다 빨아먹은 오렌지"라든가 "수어드의 냉장고"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1896년 알래스카에서 금맥이 발견되고, 원유 채굴이 이뤄지는가 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략적 중요성이 증대하는 등 알래스카 구입은 미국으로선 '신의 한 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개인적·정치적 좌절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윌리엄 수어드 같은 정치인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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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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