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납 원했던 내정업체의 인수대금도 확 올려 워커힐 호텔 전격 인수
박정희 대통령, 결재서류에"세계에서 제일 가는 호텔로 발전시켜라"
박정희 대통령, 결재서류에"세계에서 제일 가는 호텔로 발전시켜라"

최종건은 한국에도 국제 수준의 호텔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제대로 경영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곧바로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당시 내정 가격은 19억 5,000만원이었고, 내정된 기업도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내정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매수 대금을 20년간 분할해서 납부하겠다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때 최종건은 또다시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한다. 내정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무려 26억 3,000만 원에, 일시불로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부로서도 마다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1972년 12월 29일 교통부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선경에 매각하시오! 선경의 최종건 회장은 아무 일이나 성실하게 해낼 사람이오."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로 선경의 위커힐 인수가 결정되었다. 박 대통령은 위커힐호텔 매각 결재서류 여백에 "선경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호텔로 발전시켜주시오."라는 당부를 써넣었다. 이렇게 선경의 깃발은 재계에 크게 떠올랐다.
최종건은 워커힐 인수를 통해 대연각 호텔 화재로 발생한 위기에서 벗어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다. 20만 평이 넘는 부지와 호텔 인수는 관광·레저 사업 진출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이 될 터였다. 더욱이 섬유 회사로만 알려진 선경이 사업 다각화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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