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지난 3월 HBM3E 8단 제품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 고객 엔비디아에 납품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앞서나가며 HBM 시장 주도권을 굳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HBM3E의 최대 용량은 3GB D램 단품 칩 8개를 수직 적층한 24GB였다.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양산 제품은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1세대를 출시한 데 이어 5세대까지 전 세대 라인업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해온 유일한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AI 시대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착실히 준비해 '글로벌 1위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서로 개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이 AI 메모리에 필수적인 속도, 용량, 안정성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동작 속도를 현존 메모리 최고인 9.6Gbps로 높였다. 이번 제품 4개를 탑재한 단일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메타의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 '라마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8단 제품과 동일한 두께로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렸다. 이를 위해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쌓았다.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생기는 구조적 문제도 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핵심 기술을 활용해 전 세대보다 방열 성능을 10% 높였고, 휨 현상 제어를 강화해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