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6 06:30 (수)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48) '취업규칙'에 길이 있다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48) '취업규칙'에 길이 있다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4.09.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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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악법 철폐투쟁"이라는 말이 뉴스서 사라질 만큼 노동법은 '근로자에 유리'
기업에 불리한 법적 여건 속,한 줄기 빛은 바로 취업규칙인데 기업들 활용 못 해
그 중요성 모르고 업종 다른 남의 회사 취업규칙 베끼거나 '노동부 탓'으로 돌려
기업은 조직관리에 취업규칙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우리나라 노동법이 세계에서 손 꼽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노동법이라는 것은 기업 경영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게나 수십 년 간 매년 되풀이 되었었던 "노동악법 철폐투쟁"이라는 말이 뉴스에서 사라진 지도 이미 몇 년 됐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법적 여건 속에, 한 줄기 빛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취업규칙이다. 취업규칙은 회사 업무질서를 유지하고, 직원과의 근로조건을 정해놓은 법률문서로, 규정의 제정 주도권이 전적으로 회사에 있다. 심지어, 최초 제정 시에는 전 직원이 취업규칙에 반대하는 의사 표시를 해도, 취업규칙은 유효하게 회사 뜻대로 성립한다.

본 노무사는 이 지면의 컬럼을 시작할 때 처음 주제로 다뤘을 만큼, 취업규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지금도 많은 회사들은 그 중요성을 모르고, 업종도 다른 남의 회사 취업규칙을 그대로 베끼거나,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입장에서 만든 "표준취업규칙"을 그대로 베껴 만들고서는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노동법 탓"만 하거나, "근로자 탓"만 한다. 

"직원이 회사 말을 안 들어요" "직원들끼리 편을 갈라 싸워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어요"라며 본 노무사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을 보면 회사에 취업규칙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취업규칙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기업들 상당수가 취업규칙 제정에 소홀한 이유가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주요한 3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취업규칙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이다" 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런데, 회사로 하여금 이런 잘못된 생각을 들게 한 주범(?)은 바로 고용노동부이다. 고용노동부는 취업규칙 작성의 주도권을 회사에 줘 놓고서는, 작성에 참고로 만들어 놓은 "표준취업규칙(안)"에는 도무지 회사에 유리한 규정은 단 하나도 집어넣지를 않고, 노동법 조항 그대로를 옮겨 놓은 규정들을 많이 두고 있다. 이런 고용노동부의 표준취업규칙(안)을 들여다 본 경영자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둘째, "취업규칙을 만들면 회사의 행동이 오히려 제약된다" 는 생각이다. 일부 기업의 경영진들은 "직원들이 회사 말에 고분고분하고 별 다른 문제 행동이 없는데, 구태여 업무질서 확립을 위해 취업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회사도 그 내용의 속박을 받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취업규칙 제정을 차일피일 뒷날로 미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현재 직원들이 항상 고분고분하리라는 법은 없고, 취업규칙이 제정 된 후 입사하는 직원들이 "순한 양"들만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근시안적 생각이다.

셋째, "취업규칙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모르겠다"는 지식부족 문제이다. 사실 취업규칙을 회사 인력관리 목적에 맞게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선 근로기준법 지식이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인력관리 노하우, 거기다 적어도 향후 최소 5년간 경영상황까지 추정해서 그에 부합되도록 취업규칙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업규칙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직원수 10인"의 규모의 회사는 물론, 직원 수 100명 이상의 기업에도 그만큼의 법률지식을 갖추고 인력운용 전망까지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쩌면, 우리 기업들의 취업규칙은 태생적으로 "부실 취업규칙"의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취업규칙에 대해 그런 오해를 했다면, 그 오해를 풀고 고용노동부가 취업규칙 제정권을 회사에 준 취지를 잘 활용하여, 조직관리에 취업규칙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최소한 사내에 취업규칙을 제대로 만들 인력이 없다해서, 업종도 다른 남의 회사 취업규칙을 그대로 베끼는 코메디같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헌법을 한국의 헌법으로 삼는 일이나 똑같은 짓이다. 그런데, 그런 회사들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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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
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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