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처럼 사장의 '만기친람' 관리는 직원 연쇄 퇴직 불러 조직 안정성 해쳐
최근 일정 기간을 두고, 같은 소속 근로자 2명을 연이어 상담했다. 근로자들의 상담 내용은 대체로 동일했다.
첫째, 이직을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는데, 회사가 "사표 처리를 해줄 수 없다"라며 거부하는데, 이럴 때 근로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내용과 둘째, 그렇게 반응하는 회사에 연차휴가를 신청하니까 회사 사장이 직접 카톡을 보내 "회사 업무가 바빠서 휴가 처리를 할 수 없다"며 "당장 출근 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징계도 줄 것이다"라고 엄포를 놨는데 "정말 징계가 가능하느냐?"하는 질문이었다.
이런 말들은 업무 필수인력들이 사표를 냈을 때, 위기감을 느낀 회사가, 통상적으로 직원들에게 하는 위협(?)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고민거리에 필요한 대응 방안을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의뢰인 2명 모두 중견급 이상의 간부이고, 그중 한 명은 입사한 지 오래 된, 이른바 "창업멤버"급이어서 "사장과 같이 오래 근무했으니, 서로 오해를 풀고 잘 마무리하세요"는 말도 법률적 조언과 함께 해줬다. 하지만, 이런 조언에 첫 의뢰인은 "지금 사장이 제정신이 아녀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다른 직원도 조만간 계속 떠날 것입니다"라고 간단히 대답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사장이 제정신이 아니라니? 아무리 사이가 틀어졌다고는 하지만..."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 궁금증은 두 번째 상담의뢰인이 내게 보여준 카톡으로, 곧 해소됐다. "배신" "퇴사불가"등은 사장도 인간인지라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 앞뒤로 있었던, 사장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했던 내용은 제3자가 보더라도 문제가 있었다. "오늘 몇 시까지 아무개는 무엇을 하고, 또 누구는 어제 내가 지시한 프로젝트안을 오늘 오후 3시까지 보고하고, 또 다른 아무개는..." "지금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느냐에 달려 있으니, 다들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등... 끝임없이 순간순간마다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위기감도 불러 일으켰다.
저자가 그 카톡 내용을 보고 "내가 저 회사 직원이라도, 도저히 못버티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팀장도 그렇게 팀원들을 몰아붙이면 안되는데, 최고 지휘권자인 사장이 그렇게 해 버리면, 일단 중간 팀장급 간부부터 소외감을 느껴 퇴직을 고민한다. 실무를 하는 하급 직원들은 정신적 압박은 둘째치고 우선 체력적으로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직원들은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생활을 해야 되나?"는 의문에 슬슬 1~2명씩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런 연이은 퇴직의 최종 패배자는 직원들이 아니라 바로 사장 자신이다.
직원은 회사 몰래 다른 직장 알아보고 나가면 그만이고, 결국 나중에는 사장 혼자 남을 수밖에 없다. 사장이 과거 직원수 5~6명으로 시작했던 스타트업 회사 때의 미시적인 업무 관리방식을 못 버리고, 직원수 100명이나 됐음에도 계속 같은 지휘 스타일을 유지한 업보이다.
직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나름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사장의 역할은 이러해야 한다"는 콘셉을 어렴풋이나마 가지고 있다. 따라서, 조직규모가 커지게 되면, 사장은 그에 맞는 새로운 모습과 리더십을 직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사장이든 그 누구든, 사람이 자기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곧 습관을 바꾸는 것이어서, 큰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이 계속 회사 초창기 때의 "만기친람" 식의 관리방식을 유지하면, 직원들 퇴직이 문제 아니라, 사장 스스로가 업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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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