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의 개인정보(주민번호,혈액형,주소 등)나 노동운동 전력 조회 같은 조회외에는 문제 없어
평판조회는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기업에서, 지원자가 과거 직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전 직장의 인사부서나 소속부서장에게 지원자의 평판을 물어보는 것이다.
사실 중요한 채용절차 중 하나이다. 그런데 "평판조회를 회사가 입사지원자 동의없이 하면 불법이다"라는 주장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인터넷에서 나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에서 입사지원자의 이전 직장에 근무 평판을 물어보는 것은 지원자의 동의가 없어도 불법이 아니다.
물론 지원자의 개인정보(주민번호,혈액형,주소 등)나 노동운동 전력 조회같은 것은 안된다.
가령 채용담당자가 다른 회사 인사팀에 전화를 하여, "우리 회사에 지원한 A가 당신 회사에 근무했었는데, 별 문제는 없었나요?"라고 물었는데, 전화를 받은 직원이 "예, 일 참 잘했는데, 저희 회사로서도 떠나 섭섭했습니다"라고 하든지 반대로 "그 직원, 별로예요. 저희는 자기 발로 떠나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정도의 대화는 입사지원자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
"불법이다" 또는 "불법소지가 있다"는 주장들에서 문제로 삼는 법률은 다음의 3가지이다.
첫째, "근로기준법 40조(취업방해의 금지)위반이다" 라는 것이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명부를 작성 또는 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안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노동운동을 했던 직원을 업계에서 몰아내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취업방해의 목적이 아닌, 단순 경력조회 등은 동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근기 68207-161)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둘째,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은 "개인의 평판, 성격, 태도도 개인정보다 "라는 전제하에, 근로자 동의없이 능력, 태도 등을 묻는 것은 동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법 제2조의 "개인정보의 정의"나 개인정보보호법을 회사에 적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펴낸 "개인정보보호가이드라인(인사노무편)" 에 따르면, 직원의 개인정보는
1) 개인을 표시할 수 있는 특정정보 (주민번호)나, 일반정보로서 2개이상 결합시 개인을 나타낼 수 있는 정보, 가령, "이름+사무실전화번호", "이름+이메일주소" 같은 것이나
2) 개인의 전보나 승진같은 개별 인사발령 사실만을 말한다.
따라서, 제3자의 특정 개인에 대한 의견인 "평판"은 "개인정보"가 아니다. 왜냐하면, 평판은 수백 가지가 될 수도 있고(일을 잘한다, 얌체처럼 행동한다, 협조성이 좋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A라는 직원에 대해 누구는 "일 잘한다", 또 누구는 "일하는 척만 한다" 등으로 "상반된"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 이렇게 "상반될 수 있는 의견"이 특정개인을 표시하는 "개인정보"가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셋째, "형법상 명예훼손죄 규정 위반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주장은 조회를 받은 이전 회사 직원이 "그 사람, 업무태도 등이 별로예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필요한 "사실적시"와 "허위사실적시",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조차도 간과한, 다소 어이없는 주장이다.
한편, 지원자의 평판조회 자체가 문제가 된 법원 판례는 지금까지 단 1건이 존재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그 불법성을 따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왜 최종면접에 오른 사람들 전부에 대해 평판조회를 하지 않고, 면접 상위 최고점수 2명에 대해서만 평판조회를 했느냐?'"라는 내용으로서 (서울고법2018나2073790), 법원이 동의를 받지 않은 회사의 평판조회를 불법이라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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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