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2:30 (화)
[특별기획] '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31) "시장개척 못하면 기술개발 의의 없다"
[특별기획] '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31) "시장개척 못하면 기술개발 의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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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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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포기 말고 개발한 기술은 산업화로 이어져 이익 극대화 실현 주문
생명과학 사업나서며 의약 마케팅 익히려고 중소 업체 '삼신제약' 인수
SK가 독자 개발한 '스카이코비원', 코로나19 백신 개발국 반열에 올려

최종현은 그 누구보다 기술 개발을 중시했으며, 평생 연구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철저한 원칙이 있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개발한 기술은 반드시 산업화로 이어져 이익 극대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국가 산업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 중반 최종현은 신약 개발에 도전한다. 섬유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 즈음, 1년여의 검토 끝에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생명과학 분야를 점찍은 것이다. 당시 사업 구상을 책임진 선경합섬 중앙연구소의 김기협 박사는 생명과학 사업을 보고하며 성과를 보려면 최소 10년은 걸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종현은 그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십 년 갖고는 안 돼. 최소한 이삼십 년은 걸릴 거야."

최종현 선대회장, 1984년 10월 서강대학교 학술세미나에서. 자료=SK.
최종현 선대회장, 1984년 10월 서강대학교 학술세미나에서. 자료=SK.

최종현은 생명과학 사업에 투자할 것을 결정했다. 선경합섬은 1987년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해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다. 그는 다시 원칙을 분명히 했다. 서두르지 말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좋은 성과를 위해 흔들림 없이 매진할 것. 최고의 결과를 추구할 것.

최종현은 연구 개발에 있어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사고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연구 개발에 대한 철학은 매 순간 현실에 맞게 빛을 발했다.

1985년 SKC에서 콤팩트디스크(CD)를 만들려 했을 때 기술 도입의 대가로 1,0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었지만 CD가 플로피디스크보다 2,000배나 저장 용량이 크기 때문에, 최종현은 어떤 대가를 주고서라도 레이저광기술을 도입할 필요를 느꼈다. 이후 SKC는 소니, 필립스와 같은 대열에 서게 되었고, 최종현은 당시 기술을 도입하는 데 투자한 1,000만 달러를 그 어떤 연구비보다 값진 비용이라고 평가했다.

유공 인수 후 그가 처음 내린 지시 역시 울산공장에 연구개발 부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당시 국내 기업 연구소 대부분이 서울이나 대전에 있었던 것과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종현은 "연구소는 생산 현장과 동떨어지면 의미가 없다."면서, "반드시 현장에서 기술 개발을 시작하라."라고 강조했다.

미국 유학 시절 최종현 선대회장(1950년대). 사진=SK.
미국 유학 시절 최종현 선대회장(1950년대). 사진=SK.

한편 기술 개발만큼이나 상업화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항상 강조했다. 이는 선경화학이 폴리에스터 필름을 독자 개발하던 당시, 제품 출시 과정에서 2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인식이었다.

그가 생명과학 사업에 진출하면서 1987년 삼신제약이라는 작은 회사를 먼저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의약 사업의 마케팅 노하우를 익혀 기술 개발에 응용하기 위해서였다. 1988년 선경그룹은 각 계열사 최고 기술 책임자가 참여하는 R&D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매년 4차례씩 열리는 위원회는 기술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와 별도로 최종현은 매년 수차례씩 연구원들을 집무실로 불러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관해 들었다.

최종현이 과감히 투자를 결정한 생명과학 사업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SK그룹 생명과학 사업의 거점인 뉴저지 생명과학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우울증 치료제(YKP 10A)와 간질 치료제(YKP 509)에 대한 미국 FDA 임상실험 허가를 따냈다. SK케미칼과 SK제약 역시 1999년 IMF 구제 금융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신약 1호로 유명한 항암제 '선플라'를 시판했다. 이후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22년 6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최종 획득해 대한민국을 코로나19 백신 개발국으로 합류시켰다. 최종현이 심은 연구 개발의 DNA는 그렇게 SK의 몸속에서 작동하며 SK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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