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리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이 왔고 죽은 소 해부해보니 어망이 들어 있어
소떼 실은 남한 트럭은 '현대'란 자동차회사 마크 떼고 북한 전역에서 운행 중

그의 세심한 배려는 한 마리를 추가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북에 보낼 소를 고를 때 건강한 소는 물론이고, 임신한 소를 우선 포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면 1,001마리가 아니라 1,500마리가 될 수도 있고, 2,000마리가 될 수도 있었다. 진심으로 북한과 고향을 도와주고 싶었던 정주영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
그런데 얼마 후 북한에 보낸 소 중 100마리가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건강한 소들로 엄선해서 보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죽은 소를 해부해보니 배에 어망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어망? 짭짤하니까 소들이 먹었나?

한참 지난 후에 진실이 드러났다. 안기부에서 어망을 먹여서 보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 그럴 시간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 마리라도 더 보내려는 정주영의 마음과 배치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소와 함께 보낸 트럭들은 어떻게 됐을까. 2016년 1월에 재미있는 뉴스가 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떼를 실어 보냈던 남한의 트럭 100여 대가 18년 가까이 북한에서 굴러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가장 믿을 수 있는 대북 매체다. 핍박받는 소수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자유 정신을 심어준다는 명분으로 미국 의회가 직접 후원하는 매체다. 즉, 북한의 대남 방송이거나 친북 인사들이 운영하는 방송이 아니라는 말이다.
태평양 상공의 위성에서 직접 쏘는 단파방송은 북한 전역에서 들을 수 있다. 그 내용은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 정보국에서 여과한 대북 정보다. 이 정보를 일부 한국언론이 인용 보도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미군이 통제하는 정보라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은 있으나 팩트 자체는 믿을 만하다는 평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을 방문한 평양, 양강도, 함경남북도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남한 트럭들이 자동차회사 마크(현대)를 떼어낸 채 북한 전역의 기업소에 분산되어 지금도 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북한에서는 20년이 넘은 일제 트럭이나 중장비들도 사용되는 실정이라 남한 트럭은 아직도 제 기능을 하는 중요한 운송 수단"이라고 했다.
그 후로 6년이 더 지난 2022년 현재에도 정주영의 손때가 묻은 그 '소 떼 트럭'이 운행이 되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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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