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등 조건 철회한 듯…재계 일각선 불안한 시선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HMM의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다.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 매각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하림은 약 6조4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써내 동원그룹 인수가격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정량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조달 계획, 해운업 경험 등 정성 평가에서도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HMM은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넘어간 뒤 7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매각 측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림에서 인수 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사항을 내놓아 우선협상 대상자 발표가 지체됐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각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동원그룹은 지난 8일 매각 측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요청이 입찰 기준에 위배된다며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하림은 우선협상 대상자 발표에 앞서 논란이 됐던 요구사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선 하림의 인수전략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닭고기'로 알려진 종합식품기업 하림은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육계사업에 진출했다. 1986년 옛 하림식품을 세운 뒤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하림은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사료 운송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015년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1조80억원에 인수했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며 연간 화물 1억t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며 재계 13위로 14계단 뛰어오른다.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이 컨테이너 선사 HMM을 품에 안으면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