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경기부양으로 부동산가격상승 부작용 경계…취약계층엔 재정정책으로 타깃 지원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긴축 기조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창용 총재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긴축 기조 기간을 종전 '상당 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고 덧붙여 금리인하는 내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등 조만간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나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시장이 앞서가는 것 같고,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나아가 "오늘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효과의 지속성, 향후 국제 유가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남아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나머지 금통위원 2명은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 등을 함께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론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동산 거품 형성에 대한 경계감을 보인 뒤, "성장률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해결해야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도 낮추고 하는 게 바람직하냐고 물으면 제 대답은 '아니다'"라며 "어려운 계층은 재정정책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건설사 부실과 관련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직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며 "건설사 등이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급증하는 가계부채 억제 방안에 대해선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총량 규제에 반대하면서 "이번 정부가 끝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판단해주면 좋겠다.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