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2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은행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684조8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말(682조3294억원) 대비 2조4723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월간 기준 2021년 10월(+3조4천380억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2조2504억원(517조8588억원→520조1093억원) 늘었고, 지난 9월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10월에는 5307억원 증가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데 반면 지금은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액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2조250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20조1093억원으로 불어났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자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시기에 시중은행들이 일부러 추가로 금리를 더 올리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11월 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인상한다. 주택담보대출 중 신규코픽스·신잔액코픽스(6개월 주기) 기준 변동금리의 가산금리가 0.05%포인트,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가운데 지표금리가 1년물 이하인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신한은행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상품군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높였다. NH농협은행은 17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축소해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개별 은행의 인위적 금리인상으로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폭은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상승 폭을 웃돌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360∼6.760% 수준이다. 한 달 전 9월 22일(연 3.900∼6.490%)대비 하단이 0.460%포인트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이는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오름폭(+0.268%p·4.471→4.739%)보다 0.192%포인트 높다.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로 인해 빠르게 오르는데, 가계대출 억제 방안으로 가산금리 까지 조절되면서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