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며 물가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등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기름 가격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키울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9일 오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급등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이란의 하마스 공격 지원설이 나도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 전체로 번지고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전력 구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한전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미 13주 연속 상승하며 L당 1800원대를 돌파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9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전쟁에 따른 국내 석유·가스 수급 현황과 국내외 유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현재로선 분쟁 지역이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떨어져 있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제유가 상승 조짐은 4개월 연속 흑자를 낸 무역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월부터의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9월 수입액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대비 16.5% 감소했다. 여기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가스(-63.1%), 석탄(-36.9%) 등 3대 에너지 수입액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수출 증가와 대중국 무역 흑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액 증가는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