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30 12:25 (토)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27) "저는 한푼도 못 낸다"
[독점연재] 정주영 히스토리 (27) "저는 한푼도 못 낸다"
  •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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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2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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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국회 올림픽 특위가 설치되자 정주영 회장의 올림픽지원금 규모에 촉각
국회의원들의 질문구석 내다본 정 회장 "체육회 운영에 돈 자랑 안돼" 못박아
허 찔린 국회의원들 정회장이 "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하자 파안대소 속 박수

국회는 서울올림픽을 국회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서울올림픽 지원 특별위원회'를 1981년 설치했다. 여야 의원 30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 윤석순 의원이 제안 설명을 했다. "국민적 참여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뒷받침해 나가기 위해 국회 안에 지원 특위를 설치하고, 특위로 하여금 올림픽 관계 입법 조치를 비롯해 각종 계획과 준비사항에 대한 검토 등 지원대책을 집중적으로 강구하기 위한 것이다."

정 회장이 체육회장으로 취임하자 특위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현대그룹 회장인 정 회장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할 것인가에 쏠렸다. 하루는 특위에서 정 회장을 불렀다. 대기업 총수가 국회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체육회 차원에서는 예상 문답집을 만드느라 생고생을 했다. 무슨 질문을 할지 몰라서 엄청나게 세세하게 준비했다.

지금도 청문회나 국회 대정부 질문을 보면 의원이 질문할 때마다 답변하고, 질문이 끝나면 다른 의원이 나와 또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

정주영 회장이 체육회장으로 취임하자 국회특위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현대그룹 회장인 정 회장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할 것인가에 쏠렸다. 하루는 특위에서 정 회장을 불렀다. 대기업 총수가 국회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체육회 차원에서는 예상 문답집을 만드느라 생고생을 했다. 1982년 당시 대한체육회장인 정주영 회장이 태릉 선수촌을 방문하는 모습/사진=대한체육회.
정주영 회장이 체육회장으로 취임하자 국회특위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현대그룹 회장인 정 회장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할 것인가에 쏠렸다. 하루는 특위에서 정 회장을 불렀다. 대기업 총수가 국회에 간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체육회 차원에서는 예상 문답집을 만드느라 생고생을 했다. 1982년 당시 대한체육회장인 정주영 회장이 태릉 선수촌을 방문하는 모습/사진=대한체육회.

특위에 출석한 정 회장은 "일문일답하지 않고 질문을 다 하시면 한꺼번에 답변드리겠다"고 선공을 날렸다. 어차피 특위 의원들이 뭐에 관심 있고, 뭐를 물어볼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역시 정 회장의 예상대로 질문은 '회장이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어떻게, 얼마나 돈을 내놓을 것인가'에 집중됐다.

의원들의 질문이 다 끝나자 정 회장이 대답하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데 예상 문답집을 그대로 자리에 놔두고 나갔다. 배석했던 체육회 임원들이 깜짝 놀랐다. 혹시 실수한 게 아닌가. 정 회장은 침착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제가 체육회장이 되고 나서 체육회 재정 상태를 살펴보니 전액 국고로 운영되더군요. 그동안 훌륭한 회장님들이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다 잘해왔습니다. 제 명예를 높이기 위해, 돈 좀 있다고 자랑하기 위해, 또는 제 권력을 강화하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돈을 마구 뿌린다면 그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게 됩니다. 저는 한푼도 낼 수 없습니다."

거의 기습 공격을 당한 듯 의원들이 멍하니 있었다. 거기에 대고 정 회장이 못을 박았다. "자자,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정 회장의 강한 한 수에 의원들은 오히려 파안대소하며 박수를 보냈다. 인근 중국집에서의 점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밤새워 예상 문답집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체육회 직원들은 허탈하기도 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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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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