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 자전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내년에 나온다. 범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고물가 시대에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교통대책이다.
서울시는 11일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를 내년 1∼5월 시범 판매한 뒤 보완해 내년 하반기에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6만5000원을 지불하고 카드웅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서울 권역 내 지하철(지하철 1∼9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 자전거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된다.
지하철만 이용 가능한 기존 정기권에서 범위가 확장됐다. 이용횟수 제한, 사후 환급 과정 이 필요한 교통패스와도 다르다. 실물 카드뿐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카드는 최초 3000원으로 카드를 구매한 후 매월 6만5000원을 충전해서 쓰면 된다.
서울에서 지하철에 승차해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도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할 때는 쓸 수 없다. 버스의 경우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경기·인천 등 타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서울 지역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 공공 자전거 따릉이는 '1시간 이용권'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수송 분야 온실가스가 17%(763만t)를 차지해 이를 줄이려면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교통 분야 기후위기 대응은 친환경 버스 교체, 공공 자전거 확대, 전기택시 보급 등 하드웨어 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기준 서울의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은 52.9%로 2018년 65.1%보다 줄었다. 반면 승용차 분담률은 같은 기간 24.5%에서 38.0%로 늘었다.
지난해 교통카드(티머니) 이용 기준 기후동행카드 구매가 이득인 시민은 50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이 기후동행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 할인 혜택(따릉이 포함)을 볼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했다. 한 달에 지하철을 60회 타고, 월 5000원의 따릉이 정기권을 이용 중이라면 10월 인상되는 지하철 기본요금(1550원) 기준으로 교통비가 월 9만8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3만3000원 정도 절약된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으로 연간 1만3000대의 승용차 이용이 줄고 연 3만20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배부하면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등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독일은 지난해 6∼8월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약 1만2000원) 티켓'을 시범 도입해 5000만장을 판매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이산화탄소 180만t 저감, 물가상승률 0.7% 감소 등의 효과를 보았다. 이에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본격 도입해 3개월 여만에 1100만장을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