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시스(Taxis)는 그리스어로 '세금'을 뜻하며 '메트르(Metre)'는 메트론(Metron)과 동의어로 '측정'의미

택시 타기가 겁난다. 며칠 전엔 지난 8월 택시 요금이 외환 위기 후 최대 폭으로 올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오르는 것이 비단 택시 요금만이 아니고, 또 올리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서민들로선 어지간하면 택시 타기를 피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타고 간 거리에 비례해서 요금을 물리는 자동차, 택시는 언제 어디서 등장한 것일까. 프랑스 언론인이 쓴 잡학사전 『이것이 세상이다』(피에르 제르마 지음, 하늘연못)에 답이 실려 있다.
책에 따르면 택시의 기원은 18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등장한 이륜 포장마차 '캐브리얼레이(Cabriolet)'다. 말 한두 마리가 끄는 전세마차인 캐브리얼레이는 후일 '캡(cab)'-지금도 택시란 뜻으로 쓰인다-라고 불리며 한동안 루이 르노가 개발한 초기 자동차들과 함께 파리 거리를 누볐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기술문명의 진보'에 눈뜬 삯마차 회사들이 르노사에 자동차 1,500대를 주문하니 이것이 택시의 출발점이란다. 1905년 12월 첫 샘플 택시가 나온 르노사의 자동차에는 주행거리를 기록하는 '탁사메트르(Taxametre)'란 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주행요금을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그 편리함에 착안한 삯마차 회사들은 1906년 모든 마차를 전부 이 자동차로 전환했고,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 자동차업계의 선두를 달리던 르노사는 1907년에는 런던에도 수출할 정도로 사세가 신장했다.
어쨌거나 초창기의 택시는, 삯마차의 흔적이 보이는 택시캡(Taxicab)으로 불리기도 했으니 이는 '요금 자동 계산 마차'란 뜻이라 하겠다. 그러자 역사가이자 고전학자로 『그리스 연구』의 편집장을 역임했던 테오도르 레나크가 탁사메트르란 르노사 자동차의 이름을 '탁시메트르(Taximetre)'로 바꿔 부르는 편이 낫겠다는 주장을 폈다. 1906년 일이다.
여기서 '탁시스(Taxis)'는 그리스어로 '세금'을 뜻하며 '메트르(Metre)'는 그리스어의 메트론(Metron)과 동의어로 '측정'을 뜻한다. 즉, '세금(요금) 측정'이란 뜻을 가진 탁시메트르에서 택시란 말이 유래되었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길이 측정 단위 미터(meter) 역시 그리스어 '메트론'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근자에는 장거리 주행 후 요금을 떼먹고 달아난 파렴치한 등으로 언론을 장식하는 택시가, 거슬러 올라가면 첨단기술과 고전학의 '행복한 만남'으로 이름을 얻었고, 여기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프랑스인들의 이해가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어째 부러워지지 않는지.
---------------------------------------------------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