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혁신 의지 등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할 경우 정경유착 발생 시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이찬희 준법감시위 위원장은 18일 삼성생명 서울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만약 가입할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논의 대상이었다"며 "전경련 혁신안은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입장으로 위원들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회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고,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재가입은)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복귀 여부는 삼성 각 계열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 결정할 문제이고,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경련 복귀를 결정해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두 시간 넘게 전경련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쇄신할 수 있는지를 집중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이 같은 권고 의견을 결정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 제도 마련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한 독립 조직이다. 전경련은 지난 5월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하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발하는 혁신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4대 그룹에 한경협 동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날 준법감시위가 권고를 내놓음에 따라 삼성전자 등 5개 계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복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하면 2017년 2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 15개 계열사가 전경련에서 탈퇴한 지 6년 6개월 만에 다시 합류하게 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이날 권고는 SK, 현대차, LG 등 나머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