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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인도 독립 촉진한 '소금'
[김성희의 역사갈피] 인도 독립 촉진한 '소금'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7.3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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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 인도인들이 소비하는 소금에 세금부과
간디 , 1930년 3월 인도인들의 조국 독립 열망에 불 붙이려 '소금행진'
해변서 몸을 굽혀 거친 천연소금 한 줌 집어 올리자 '저항의 탄식'합창
간디는 1930년 3월 인도인들에게 조국 독립에 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금 행진'이라 불리우는 순례 행렬을 시작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소금 행진'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허용 소식의 여파로 벌어졌던 '소금 사재기' 오픈런이 아니다.

1930년 인도에서 독립의 염원을 담고 벌어졌던 대규모, 장기 시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식민지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은 가난하건 부자건 인도인들이 소비하는 소금에 세금을 부과했다.

이른바 간접세인 '염세(鹽稅)'다. 음식과 생존에 꼭 필요한 소금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영국은 막대한 수입을 올렸지만 인도인들은 자기네 땅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했다. 인도의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의 표현에 따르면 "인도는 300명의 폭정에 억압받는 3억인으로 이뤄진" 상태였다.

오랫동안 이에 주목했던 예순한 살의 간디는 1930년 3월 인도인들에게 조국 독립에 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순례 행렬을 시작했다. 바로 '소금 행진'이다. 순례자들과 함께 아슈람 사바무르티의 아슈라마(수도장)에서 소금이 생산되는 서부 지방의 카티아와르 반도 단디 해안까지 400킬로미터를 걸은 것이다. 출발은 미미했다. 78명의 지지자만이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3주에 걸쳐 구자라트 평원을 지나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순례자들은 계속 불어났다.

마을을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주민들이 동참해서 4월 5일 단디 해안에 도착했을 때는 수천 명에 이르렀다. 행렬은 간디의 신념에 따라 비폭력·무저항으로 진행됐지만 그들이 지나간 도시의 영국인 식민지 관리들은 종종 자발적으로 사임할 정도로 위력은 드셌다.

4월 5일 단디 해안에 도착한 간디는 다음 날 이른 아침 해안으로 나갔다. 동행했던 순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둥근 안경도 벗지 않은 채 물이 무릎까지 닿도록 바다로 걸어 들어간 간디는 가볍게 몸을 씻은 뒤 해변의 동반자들에게 되돌아가던 중 몸을 굽혀 거친 천연소금을 한 줌 집어들었다. 그러자 침묵 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군중 속에서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신음과 함께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식민 당국의 부당한 세금 공세에 대한 저항을 표시했던 '소금 행진'의 마무리 의식이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영국 식민 당국의 반응이다. 뉴델리의 식민지 권력층은, 1919년 한반도에서 벌어진 3·1 만세운동을 무력 탄압했던 일제와 달리 처음엔 머뭇거리며 소금행진을 방관했다. 그러나 간디의 '의식'에 이어 수많은 인도인이 법을 어기고 소금을 주워 동포들에게 나눠주는 등 영국의 소금 독점에 반발하고 나서자 강경 진압으로 돌변했다.

두 달이 채 못 되어 간디를 포함한 6만 명의 인도인이 체포되었다. 그러나 '소금 행진'의 대의는 그대로 살아남아 결국 15년 후 인도는 독립을 성취하기에 이른다. 소금이 주권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철학자인 피에르 라즐로가 쓴 『소금의 문화사』(가람기획)에서 만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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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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