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상승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자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해 장부에서 털어내 쓰고 있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상각·매각 규모만 2조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연간 규모와 맞먹는다.
금융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 총 2조2130억원어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9907억원)의 2.23배이고,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3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분기에는 6월 1조2646억을 포함해 지난해 2분기(5709억원)의 2.38배인 1조3560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각·매각됐다. 2분기 상각·매각 규모는 1분기(8570억원)보다 58% 많은 것으로 그만큼 올해 들어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자 은행들이 부실채권 관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그 뒤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은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규모 부실채권 상각·매각으로 5대 은행의 연체율은 소폭 내려갔다. 6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9%(가계대출 0.25%, 기업대출 0.32%)로 집계됐다. 한 달 전 5월 말 0.33%(0.29%, 0.37%)보다 0.04%포인트 내려갔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 상태다. 지난해 6월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은 0.17%였다. 은행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연체율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취약·한계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한 데다 부동산 경기도 부진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 지원이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