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장 변화상 주시… VRㆍ AR의 킬러 콘텐츠 부상 탐색전
국내 통신사 '게임ㆍ스포츠'에 초점… 360도 동영상 촬영 기술도
5세대(5G) 이동통신의 시대가 열린지 5개월째다. 5G 시대는 그동안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법한 상상 속의 미래기술과 콘텐츠가 눈앞에 나올 것처럼 그려졌었다. 통신·미디어 업계가 5G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펼쳤던 떠들썩했던 홍보가 이젠 현실에서 평가받게 되었다. 5G 시대의 총아인 미디어는 어떤 모습일지, 흥미진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콘텐츠의 신세계는 언제쯤 나타나는 것인지, 그리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디로 가는지를 3편으로 나눠 살펴본다.<편집자주>
5세대(5G) 이동통신에 관한 해외자료를 검색해보면 세계의 통신사업자들이 한국 통신사들의 5G 사업 운용을 지켜보고 있다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띈다. 물론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했기 때문이지만, 관심의 초점은 한국 통신사들이 무슨 서비스로 5G 일반 가입자를 끌어들이는가에 맞춰져 있다. 특히 한국 통신사들이 상용화 이전부터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을 5G의 킬러 서비스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5G가 통신업계의 미래를 담보해줄 기술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당장 5G의 일반 소비자용 킬러 서비스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4G LTE는 3G 이동통신이 제공하지 못한 동영상 시청을 가능하게 하여 유튜브 같은 스타를 낳았다. 또, 3G는 2G에서 어려웠던 웹 검색을 가능하게 하여 휴대폰을 인터넷 검색까지 하는 도구로 바꿔주었다. 하지만, 5G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주류(mainstream) 서비스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외 통신사업자들도 5G 네트워크의 초고속, 초 저지연(빠른 반응속도), 초대용량 등 특성으로 새롭게 가능해진 소비자 서비스로 VR AR을 첫손에 꼽는다. VR의 경우 큰 데이터 용량과 시청자 시선 변화 때의 빠른 화면전환이 필요해 4G LTE에선 역부족이었지만, 5G에서는 LTE에 비해 최대 20배 빠른 속도, 10분의 1에 불과한 초 저지연 덕분에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환상적인 영상을 펼쳐주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대체적으로 VR에 대해 대중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주류 서비스라기 보다는 틈새(niche)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나 성인물을 제외하면 VR 콘텐츠 사용이 미약할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국내 통신 3사가 VR AR 등 디지털 서비스를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보다 하루 늦게 5G를 상용화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서는 VR 등 디지털 서비스 출시 소식이 거의 없다. 버라이즌은 현재 유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경쟁사보다 약한 지역에 5G로 댁내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5G Home Internet')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더욱 한국 통신3사가 VR AR을 내세워 5G 가입자를 끌어들이려는 기세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어떻게 VR AR 콘텐트에 과금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 통신 3사는 앞으로 5G 시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열쇠는 콘텐츠라고 전제하고 VR AR 콘텐츠의 독점 제공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상용화 이후 내놓은 VR AR 콘텐츠와 서비스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통신3사는 특히 5G 초기가입자(Early Adopters)인 젊은 층을 잡기 위해 게임과 스포츠 관련 서비스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SKT는 e스포츠의 관람에 7월부터 VR AR 기술을 적용해 ‘Jump AR 앱만 실행하면 경기장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느낌을 주는 기술을 내놓았다. VR 기기만 착용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의 VR 현장 생중계에서 챔피언들이 혈투를 벌이는 전장 한복판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8월13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과 여의도 공원에 ‘AR 공원’을 열어 5G 가입자가 앱을 실행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잔디밭을 비추면 화면에 귀여운 동물들이 나타나 춤을 추는 등 애교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첨단 영상기술을 적용해 고양이가 앞발을 딛고 달려올 때 수만 개의 털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SKT는 이날 5G 핵심기술의 하나인 모바일 엗지 컴퓨팅(MEC) 기술을 공개하여 본격적인 5G 구현에 큰 걸음을 내딛었다. 이 기술은 데이터의 중앙 처리가 아니라,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엣지(Edge)에 데이터 처리센터를 설치하여 데이터 전송 구간을 줄여 지연을 늦추는 것으로, VR AR과 클라우드 게임, 실시간 생방송,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된다.
KT는 여름 휴가철 양양에서 서퍼가 몸에 5G 카메라를 착용하고 파도를 타면 서퍼의 시선에 담긴 바다의 모습이 해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KT는 스마트폰과 연동된 밴드를 목에 걸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360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리얼360 넥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KT는 월 8800원에 VR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월정액 서비스 ‘슈퍼 VR 패스‘를 6월 말 출시했다.
LGU+는 4K(고화질) 카메라 30대와 전용 서버 45대, 특수조명을 갖춘 AR 스튜디오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VR AR 콘텐츠를 올해 연말까지 각각 1천 5백편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U+는 자사의 VR 콘텐츠가 경쟁사 보다 우위에 있다는 확신을 갖고 3사 VR 콘텐츠 비교 행사를 열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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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렬 교수= 중앙일보 기자, 산업부 차장, 기획팀장을 거쳐 KT olleh tv (IPTV) 본부장, 전사 TFT장을 역임하고2015년부터 서울예대에서 미디어 및 창업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경영학 박사로서 국제 저명학술지(SSCI)에 논문을 발표했다.영문 연구서 'Managing Consumers' Online Complaints (2005, KERI)와 'IPTV 뉴 비즈니스 혁명(2009,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등을 책으로 펴냈다. 언론계 재직시 한국기자상(2000), 관훈언론상(1998, 공동)을 수상했다. 2015년 영국 컨설팅 그룹 Informa & Telecoms 에 의해 인터넷tv 전문가 100인( Connect 100)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