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9:00 (수)
[김성희의 역사갈피] '톰 소여의 모험' 작가의 세일즈맨 DNA
[김성희의 역사갈피] '톰 소여의 모험' 작가의 세일즈맨 DNA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7.04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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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출판사 차려 첫 출간물로 남북전쟁의 명장 그랜트 장군의 회고록 펴내
퇴역 군인 등 1만명의 외판원 동원해 출간 1년도 안 돼 30만 질 파는 수완 보여
미국인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그랜트 장군 병세 들어 '인정 마케팅' 호소 하기도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은 뛰어난 작가이면서 탁월한 마케터였다고 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종종 외판원(外販員)으로도 번역되는 세일즈맨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적어도 『세일즈맨의 탄생』(월터 A. 프리드먼 지음, 말글빛냄)에 따르면 그렇다.

책은 1916년 7월 10일 미국 디트로이트시에서 제1차 세계 세일즈맨십대회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 전역에서 모인 3천여 명의 세일즈맨, 관리자, 경영자들은 이 자리에서 '판매의 과학화'를 선언했단다.

시골 처녀의 뒤꽁무니나 따라다닌다고 낮춰보던 잡화 행상들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 것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역사학자가 세일즈 기법의 발달과 세일즈 '거인'들의 업적을 추적한 이 책에서 반가우면서도 뜻밖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이다. 그는 뛰어난 작가이면서 탁월한 마케터였다고 한다. 자기 책의 제작 비용을 따지고 삽화는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등 책 판매에도 꼼꼼하게 신경썼다.

마크 트웨인은 1884년 조카 찰스 웹스터와 출판사를 차렸는데 처음 낸 책이 남북전쟁의 명장 U. S. 그랜트 장군의 회고록이었다. 마크 트웨인은 우선 회고록의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수익의 70%를 주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에는 책의 방문판매가 성행했는데-70년대 전후 흔히 보던 월부책 장수를 떠올려보라-책 외판원으로는 술꾼처럼 보이거나 이미 많은 것을 손에 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제외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트웨인은 조카 웹스터에게 퇴역군인들을 고용하여 남북전쟁 참전군인회의 배지를 달고 다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쉽게 거절하기 힘들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또 외판원들에게 담당 구역을 할당할 때 먼저 외딴 지역을 나눈 뒤 실적이 좋은 이들에게 도심의 노른자위를 맡기는 방법을 쓰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출간 후 암으로 죽어가던 그랜트 장군의 병세를 들어 독자의 인정에 호소하는 방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웹스터의 책 외판원들은 〈회고록을 소개하는 방법〉이란 지침서를 갖고 다녔는데 여기에는 "어떤 미국인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랜트 장군의 책도 읽어보지 않았느냐는 핀잔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가치가 더 높아질 작품" 등 대화 기법까지 담겨 있었다.

어쨌거나 16명의 지역책임자와 약 1만 명의 외판원을 동원한 그랜트의 회고록은 출간 1년도 안 돼 30만 질 넘게 팔려 웹스터는 그랜트 장군의 미망인에게 20만 달러(요즘 돈으로 4백만 달러 상당)의 수표를 건넸다고 한다.

다시 제1차 세계 세일즈맨십대회로 돌아가자. 당시 기조연설을 했던 대통령 우드로우 윌슨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선을 바라보라"고 했다. 그랬던 윌슨은 그 100년쯤 후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대통령 내외가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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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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