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 편한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방식에 새 자극을 주는 도전을

한(漢)나라가 중원을 통일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조(趙)나라와의 한판 전쟁이었습니다.
한 유방은 한신에게 병사 수만 명을 주면서 조나라와의 전쟁을 치르게 합니다. 그러나, 조나라의 병력은 20만 명.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거지요. 이때 한신이 사용한 병술이 배수진(背水陣)이었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 2년 후, 한나라는 천하를 제패하게 됩니다.

강을 등 뒤에 두고 진영을 갖춘다는 건 병서에 나와 있는 병법과는 정반대의 것이었습니다.
즉, 기존 교과서에는 없는 얘기지요. 배수진을 치라는 한신의 명령에 부하 장수들은 모두 반발합니다. 매뉴얼에 쓰여있는 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신은 여기서 한술 더 뜹니다.
가져온 양식을 모두 강에 버리고, 밥솥을 깨뜨리고 타고, 온 배는 몽땅 부숴버립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고사성어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하고 예상될 때 기회가 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가짜입니다. 진짜 기회는 벼랑 끝에 있습니다. 벼랑 끝에서 처절한 고독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후에야 새로운 반전이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한신이 벼랑 끝에 서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더라면 한나라의 영광은 없었을 겁니다.
벼랑 끝이란 길이 끝나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길은 육로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바닷길도 있고 날아다닐 수 있는 하늘길도 있습니다. 벼랑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국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것은 사실 당신이 거꾸로 서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거꾸로도 서봐야 합니다. 익숙하고 편한 시각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 사고방식에 새로운 자극을 주지요. 창의성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곳곳에 널려 있지요. 핵심은 그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가끔은 거꾸로도 서보고, 가끔은 벼랑 끝으로 자신을 내몰기도 해야 합니다. 벼랑 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도 개인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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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