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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ㆍ화장품산업'서 금맥… 차석용의 '스마트경영'
'생활ㆍ화장품산업'서 금맥… 차석용의 '스마트경영'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9.1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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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LG생활건강 사령탑 맡은후 매출은 6배로 영업이익은 15배로 키워
올 상반기 포함해 55분기째 매출기록 행진… 화장품은 글로벌 브랜드 약진
'한 시간, 한 장'의 속도경영에 적기 M&A로 주력사업 상호 시너지효과 배가

지난해 작고한 LG 구본무 회장은 2001년 그룹의 모태 기업인 LG화학의 분할을 단행했다. 생활용품사업부를 떼어내 ‘LG생활건강’이란 회사로 독립시켰다. 치약,비누,화장품 등 생활용품 사업은 구인회 창업주가 ‘락희화학공업사’란 간판을 내걸고 시작한 ‘창업 아이템’이다. 사업의 규모를 떠나 그룹의 역사에서 지니는 상징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LG생활건강은 LG의 ‘종가’(宗家)로 여겨진다.

차석용 부회장은 경영기록 제조기다. 매출 1조원이 채 안되던 LG생활건강을 7조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키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출신장세를 훨씬 앞질르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두자리수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주가는 주당 150만원대를 유지하는 '황제주'로 등극했다/사진=LG생활건강 제공.
차석용 부회장은 경영기록 제조기다. 매출 1조원이 채 안되던 LG생활건강을 7조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키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출 신장세를 앞지를 속도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두자리수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주가는 주당 150만원대를 유지하는 '황제주'로 등극했다/사진=LG생활건강 제공.

당시 구본무 회장은 조부(구인회 회장)의 도전정신에서 배울 것이 적지 않다며 신년사 등에서 창업주의 ‘창의와 시련’을 자주 언급하며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에 애착을 보였다. 그럼 왜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LG화학에서 분리했을까. 이와 관련해 전직 LG그룹의 한 임원은 “구본무 회장은 창업 아이템을 보란 듯이 키워 창업주의 정신을 선양하고 싶었던 같다”고 말했다.

그 때 LG화학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석유화학과 산업소재 사업이 주력이었다. 생활용품고 화장품 사업의 비중은 10%도 채 안됐다. 사업을 키우려면 주력사업(화학과 소재)의 틈바구니에 놓지 않고 별도 회사로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구 회장은 생각했다. 독립 후 LG생활건강은 사업 분야와 마케팅 전략을 재구축하는 등 새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구본무 회장은 또 다른 결단을 내린다.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의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 하기위해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전통적인 내수 사업으로 여겨진 탓에 기존 사업 전열론 ’턴어라운드‘(turn aroundㆍ경영체질의 극적 개선)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외부수혈을 결심했고 차석용 당시 해태제과 사장을 영입했다. LG역사를 보면 계열사 대표이사를 그룹 밖에서 찾은 사례는 박운서 전 데이콤 회장(지난 7월 별세ㆍ전 상공부 차관)과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전 정통부 장관) 정도였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관료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다른 회사 경영진을 CEO로 영입한 것은 차석용 LG생활 건강 부회장이 처음이다. 사실상 ’외부수혈 1호‘다.

 구 회장은 차 부회장의 ’혁신 경영‘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 후 외국투자펀드기업(UBS캐피탈 컨소시엄) 에 팔린 해태제과를 3년만에 다시 일으켜 세운 차 부회장의 솜씨를 눈여겨 봤다. 당시 해태제과 차 사장은 ’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30대 인력을 마케팅본부장에 앉혔다. 브랜드매니저( BM)란 당시로선 생소한 직책을 만들었다.  

 생산품목이 많은 만큼 저마다의 마케팅 전열을 재구축한 것이다. 브랜드별로  생산과 판촉전략을 짜게 했다.. 브랜드 매니저들에게 권한을 다주고 그 성과를 따졌다. 차 부회장은 "당시 해태제과가 부도 후유증과 내수 불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경영이 개선된 것은 마케팅조직과 전략을 혁신한 결과”라고 자평했었다.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꺾일줄 몰랐다.15년째 수직상승세다/ 자료=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꺾일줄 모를 기세다. 15년째 수직상승세다/ 자료=LG생활건강

LG생활건강과 해태제과는 닮은 점이 좀 있다. 우선 차 부회장이 LG로 간 2005년의 매출액은 서로 엇 비슷한 규모였다. 또 같은 제품이라도 브랜드가 여러 개 있고 유통망 관리 체제도 비슷해 해테제과를 운영한 경험은 LG생활건강의 사업영역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차 부회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의 비상은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해태제과와 견주어 LG생활건강은 대그룹이란 든든한 우산아래 있어 차 부회장의 창의적 경영을 펼칠 무대가 더 넓었다. 실제로 차 부회장은 코가콜라음료 등 취임 이후 20여건의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주력 양대사업(화장품· 생활용품)의 기반을 다지면서  음료사업에 뛰어 들어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듯이 서로 다른 사업간의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만들어 질 것”이라며 “음료 사업에 나서 교차점은 세 개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회사의 활력이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제시한 ’혁신의 날개‘를 달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취임 3년만에 매출을 2배로 늘렸다. 그 다음 2년 뒤에는 매출이 세배가 됐다. 그가 LG에 몸담은지 10년만에 매출액은 다섯 배를 넘겼다. 경기가 어려운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은 전년보기보다 12%증가한 3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매출신장세를 웃도는 13.2%(6236억원)를 더 벌었다. 이 추세라면 어렵지 않게 사상 첫 7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도 지난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래서 차 부회장은  ’경영기록 제조기‘란 별칭을 얻었다. 매출은 55분기 연속 늘고 있고 영업이익은 57분기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외형성장에 걸맞게 이익구조가 더욱 탄탄해진 점이다. 수백억원대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혁신을 한다고 해서 차 부회장이 다 바꾸지 않았다. 이미 있던 대표브랜드를 더 키웠다. 화장품 브랜드 ’후‘는 2016년 1조원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헤에는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랑콤(프랑스),시세이도(일본)와 외형 경쟁을 해볼만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차 부회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따낸후 거기서 로스쿨도 다녔다. P&G에서 선진경영을 익혀서 그런지 국제통상과 M&A에 대한 식견이 넓은 편이다. 그의 유연한 사고는 조직간 소통은 물론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였다. “ 한시간과 한 장’은 그의 속도경영을 대변한다. 어떤 회의라도 한 시간안에 끝내야 하고 주요 보고서는 한 장이면 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 장으로 보고서를 쓰지 못하면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했거나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이라며 “주변 의제에만 매달리다가 정작 숲을 보지 못해 일을 그르치면 안된다"고 꼬집는다. 특히 창의력은 가만히 있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이 쌓인 '응축된 상상'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차 부회장은 경기고에서 수재로 꼽혔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한 그 해에 입대해 병장만기 제대했고 바로 미국 유학을 떠난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30세가 넘어서 미국 P&G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젊은시절 ’파란‘을 겪은 것을 두고 차 부회장은 언젠가 ”시련이 없는 성공은 껍데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베푸는 삶‘에 익숙한 경영인이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지갑을 먼저 열고 학교 등에도 기부를 많이 한다. 40대 초반엔 술자리 에서 소주 한 두 잔은 했었는데 금주했다는 소식은 아주 오래전에 들렸다.

차석용 부회장이 LG에 올 때 구본무 회장과 무슨 말을 나눴을까. 아마도 LG생활건강을 ’세계적 ’라이프(life)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다짐을 했을 법하다. 그 다짐은 오늘도 차 부회장의 '경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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