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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편가르기와 조조의 용인술
[김성희의 역사갈피] 편가르기와 조조의 용인술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5.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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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원장을 비롯해 '특정인 4명'을 콕 집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 돌아
간웅 조조의 인사원칙은 오직 재능만 따져 발탁한다는'유재시거(惟才是擧)'
삼국지 조조의 인사 원칙은 '유재시거(惟才是擧)' 네 글자로 압축되는 이는 '오직 재능을 헤아려 발탁한다'는 뜻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다시 인사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정권이 바뀌면서부터 전 정부의 '알 박기' 인사니 뭐니 해서 시끄럽다가 한동안 조용하더니만,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특정인 4명을 콕 집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인으로서야 그 옳고 그름을 가리기 쉽지 않고, 퇴진론을 내세우는 속내 역시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다만 여기서는 『조조 평전』(장쭤야오 지음, 민음사)에 등장하는 조조의 용인술(用人術)만 소개해 두련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는 흔히 도덕성이나 촉한 정통론으로 가늠하자면 '간웅'이라 불리는 문제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유비와 손권을 압도한 유능한 지도자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조조의 인사 원칙은 '유재시거(惟才是擧)' 네 글자로 압축되는 이는 '오직 재능을 헤아려 발탁한다'는 뜻이다. 일찍부터 사람 쓰는 데 뛰어난 바가 있었지만 이 원칙이 확립된 계기는 208년 유명한 적벽전투의 대패였다. 수많은 전선이 불타는 광경을 지켜보며 "모사 곽가가 살아 있었더라면 내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하지는 않았을 텐데…"라 탄식하며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다.

조조는 재능 있는 인물을 등용하기 위해 「취사물폐편단령」 「구현령」 「구현물구품행론」을 잇달아 발표했는데 핵심은 이렇다. "품행이 바른 인물이 반드시 진취적인 것은 아니며, 진취적인 인물이 반드시 품행이 바른 것은 아니다." 요컨대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으니 능력이 있는데도 품행의 결함을 이유로 내치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노예 출신이나 상나라의 탕 임금을 도와 하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공을 세운 이윤은 출신을 뛰어넘어 발탁된 사례로 들었다. 나아가 "형수와 사통하고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비난을 받은 진평이 한나라 개국공신이 된 것은 '오명과 수치'란 세평을 무릅쓴 인사의 성공 사례로 꼽는 식이었다.

조조의 인재 욕심은 피아를 가리지 않아서 순욱, 곽가, 가후 등 모사와 서황, 허저 등 맹장은 상대 진영의 인물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관우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극진히 대우했던 일은 삼국지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물론 조조의 용인술을 마냥 따라 할 것은 아니다. 위공(魏公)에 오르려던 조조를 만류한 모사 순욱을 음독자살하게 만들고, '계륵'이란 고사성어를 낳은 재사 양수를 처형하는 등 '제대로 쓸 수 없을 바에야 죽여 버린다'는 독한 일면도 보였다.

그러나 조조가 관우, 장비, 조운에 와룡봉추까지 거의 신화적인 맹장과 모사들의 도움을 받은 유비를 꺾은 것은 이런 능력 위주 용인술 덕분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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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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