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했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고, 반도체 업황은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루이 커쉬 S&P 전무는 3일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 관련 경제지표들을 보면 이와 일관된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커쉬 전무는 "당국에서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통제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기간 내에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내년쯤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인구 변화, 생산성 악화 등으로 과거와 비교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여지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로 내다봤다.
커쉬 전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둔화시킬 여지는 적다고 보여 올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고 내년에야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올해 작년보다 더 둔화한 성장세와 고금리가 유지되는 경제 환경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가계부채 부담은 큰 것으로 지적됐다. 킴엥 탄 S&P 상무는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의 국가부채가 증가했고, 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상승률이 높았다"면서도 "다행히 한국은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비교적 상승률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탄 상무는 "가계부채 수준은 한국이 전 세계 3위 수준"이라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거나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소득 중 더 많은 부분이 이자 지급에 사용돼 내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부채 문제와 맞물려 경기가 둔화하거나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국의 금리 수준이 다른 국가 대비 여전히 낮아 이자 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국가 신용등급 AA)으로 유지됐다.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은 한동안 부진을 이어가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준홍 S&P 이사는 "반도체 업황은 더 악화하진 않겠지만, 재고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올해 2분기까지는 의미 있는 반등 신호가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도 2분기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