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도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번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물가가 급등해 매회 인상했지만, 이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오늘 결정은 이런 과거의 일반적 방식으로 돌아간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부는 국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속도, 미국의 금리 수준, 중국 경제의 회복세, 부동산 경기,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금통위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추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그해 5월 추가 금리인하(0.75→0.50%)를 통해 두 달 만에 0.75%포인트 낮췄다. 이후 아홉 차례 동결했다가 2021년 8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2021년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등 총 3.0%포인트 높아졌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로 2021년 8월 이후 올 1월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인상 행진은 멈췄다. 연속적인 금리인상 기록도 7차례(2022년 4·5·7·8·10·11월, 올해 1월)로 마감됐다.
또한 미국과의 금리차이는 1.25%포인트(한국 3.50%, 미국 4.50∼4.75%)로 유지됐다. 이는 22년 만에 가장 큰 금리격차인데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과 5월 두 차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금리격차는 더 벌어지고, 외국인자금 유출과 원화가치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이 길어지며 외국인자금이 뚜렷하게 빠져나가거나 다시 1300원을 넘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물가상승률이 3월 이후에도 5%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기존 각 1.7%, 3.6%에서 1.6%, 3.5%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각각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