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교수"尹대통령의 4.3해결 의지 강해 윤정부 아래서 4.3화해의 새국면"전망
무차별 총격에 턱 잃은 할머니의 삶과 희생된 아버지에게 띄우는 편지 사연 재조명

제주도 도민들이 해방공간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가 '세계의 화해와 평화' 상징으로 거듭나는 큰 발걸음을 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0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 "진영과 정파로 쪼개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과 문화를 구가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4.3기록물이 화해와 상생의 세계화로 가는 길을 열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4.3과 관련해 ▶온전한 명예회복▶국가책임▶합당한 보상을 약속한만큼 윤 정부 아래서 4.3 해결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4.3의 기록을 살피다보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4.3의 상처가 제대로 아물어야 하고 그러기위해선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우리가 뭔가를 중단없이 일궈내고 있구나하는 성취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지사는 "4.3의 해결 의지를 갖고계산 윤석열 대통령께서 오는 4월에 열리는 75주년 4.3 추념식에 참석해주시길 요청드린다"면서 "4.3의 정신을 어떤 비극이 있더라도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상징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에선 군경 토벌대의 무차별 총격으로 얼굴 턱을 잃고 56년간 한서린 세월을 살다 타계한 진아영 할머니의 사연이 영상으로 나오자 행사장 분위기가 일순 숙연해졌다. 진 할머니는 턱을 잃은 후 무명천으로 턱을 감싸고 다녔고 식사를 제대를 하지 못해 평생 위장병을 앓았다. 그는 특히 '그날의 잔혹상'에 시달린 나머지 방마다 자물쇠를 잠근 후에야 외출했고 주변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첫 돌을 갓 넘긴 딸을 남기고 대구교도소에서 처형 당한 것으로 알려진 희생자가 수감생활 중 집으로 보낸 '마지막 엽서'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딸 문혜영(47년생)씨가 어버지에게 띄우는 편지내용을 읽어 4.3의 아픔이 현재 진행형임을 실감케 했다.

4·3 희생자 1만4,660명 중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희생자는 116명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생존 희생자들이 남아있는 동안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4·3기록물은 미군 첩보부대의 정보보고 내용을 비롯해 ▶군·사법기관 재판기록▶4·3 당시 기록▶4·3희생자 심의·결정 기록▶도의회 조사기록▶피해자 증언과 진상규명운동 기록▶화해·상생 기록 등 4·3 이후 기록을 포함해 모두 3만 여건으로 이뤄졌다. 등재추진위원회는 고(故) 진아영 할머니의 생전 영상과 문혜형 유족의 아버지인 고(故) 문순현 희생자가 대구형무소에서 보낸 엽서 3장도 등제 신청 목록에 넣었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4·3유족회장, 현기영 작가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또 등재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오영훈 제주지사, 김광수 도교육감, 김경학 도의회 의장, 현기영 작가, 댄 스미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장, 유족인 문혜형씨, 박주영 제주대 총학생회장과 고(故) 진아영 할머니(명예공동위원장) 등 8명을 뽑았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기록유산 등재 온라인 응원 캠페인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온라인 응원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4·3종합정보시스템 첫 화면에 있는 '참여하기'를 누르고 이름 작성과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