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8:25 (수)
[김성희의 역사갈피]K팝의 뿌리 '美8군쇼'
[김성희의 역사갈피]K팝의 뿌리 '美8군쇼'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2.20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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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공보원의 공개 오디션 거쳐 등급에 따라 출연료와 공연 횟수 결정
가수와 무용인 등으로 구성된 쇼단은 거의 모든장르의 '美대중음악' 공연
김시스터즈,한명숙,최희준, 윤복희,패티김,현미 등 ' 스타들의 산실 ' 각광
스케줄 관리 대행업체도 등장…베트남戰으로 미군 줄자 국민속으로 나와
 K팝의 뿌리는 1950년대 미 8군 쇼다. 사진(가수 패티김(왼쪽),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NCT127(오른쪽))=패티김 페이스북,SM엔터테인먼트/이코노텔링그래픽팀.

K팝의 세계화를 이끈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다툼이 화제다. 수백억이란 돈이 거론되고, 관여된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적 인기를 모으면서 벌어진 현상인데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일이다.

그 K팝의 뿌리가 1950년대 미 8군 쇼에 있다면 무리한 주장일까? 『한국 현대 생활문화사 1950년대』(김학재 외 지음, 창비)를 보면 이런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휴전 직후 전국 각지의 150개 미군 기지에 30만 명, 50년대 후반까지 10만 명에 가까운 미군이 주둔했다. 기지에는 술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이 있었고 거기서는 미군 병사들의 여흥을 위한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을 위해서는 주한 미공보원이 주관하는 공개 오디션을 거쳐야 했는데, 여기서 받은 AA, A, B, C 등급에 따라 출연료와 공연 횟수 등이 결정됐다. 가수와 무용인, 희극인 등으로 구성된 쇼단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버라이어티쇼를 공연했는데 계급과 인종이 다양한 미군의 음악 취향을 맞추기 위해 거의 모든 장르의 미국 대중음악을 연주해야 했다.

미군 부대 내 클럽을 순회하는 경음악단은 재즈와 라틴 음악까지 소화했으며 매달 최신 악보를 제공 받아 미국의 유행 음악을 거의 실시간으로 좇아갈 수 있었다.

그러니 미 8군 쇼는 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스타급 음악인의 산실이 될 수밖에. 50년대 중반 무렵에는 미 8군 쇼단의 연예인들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70%가 넘을 정도였고, 김시스터즈, 한명숙, 최희준, 윤복희, 패티김, 현미 등 스타들이 미 8군 무대를 거쳐 갔다. 여기 출연하는 가수와 연주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대행업체도 생겨났으니, 이 중 화양기업 등은 외화벌이에 기여한다 해서 상공부에 등록까지 했을 만큼 성가를 올렸다. 요즘 한창 기세를 올리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원조라 할 수 있겠다.

미 8군 쇼의 영향력은 대중가요계로 넘쳐 났으니 그때까지 트로트와 신민요가 주류를 이뤘던 대중가요계에 탱고나 볼레로 등 서양 댄스음악에 영향을 받은 이국적 분위기의 노래가 등장했고, 노랫말이나 제목에 '샌프란시스코' '아리조나 카우보이'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등 발음하기도 어려운 낯선 지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증좌였다.

일반 대중과 분리되어 있던 미 8군 쇼는 1960년대 중반 베트남전쟁과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자 여기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이 라디오나 TV, 일반 무대로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한국의 대중가요계는 또 다른 전기를 맞는다. K팝 세계화의 접점이 이때 마련되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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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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