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10 (금)
[김성희의 역사갈피] 英식민지였으면 좋았을걸?
[김성희의 역사갈피] 英식민지였으면 좋았을걸?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1.02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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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통치는 거기서 거기…일제의 제암리 학살 즈음 영국은 인도서 만행
새로 만든 시위법 모른채 축제 즐기려 공원에 갔던 인도 양민 1천여명 사상
조준 사격 지위한 영국군 장교 면직처분 그쳐…자비로운 식민 권력은 없다
'잘리안왈라 공원 학살'은 영국이 인도에서 저지른 잔학한 통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일본은 싫다. 이건 우리 민족 대다수의 심정일 것이다. 어쩌다 일본 문화를 즐긴다 해도 정작 친일과 배일 혹은 반일 중에 선택하라면 단연 후자다. 그러다 보니 일제의 식민통치는 영국과, 전후 사죄는 독일과 비교하며 일본 때리기에 몰두한다. 심지어 '우리가 일본이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더라면…' 투의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것 정녕 역사에 무지한 탓이다. 영국의 인도 통치 또한 '흑역사'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잘리안왈라 공원 학살'은 영국이 인도에서 저지른 잔학한 통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1919년 4월 13일 인도 암리자르시 잘리안왈라 공원에는 수많은 시크교도들이 모여들었다. 전통적인 바이사키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영국과 인도 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인도 독립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던 때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 140만 명 이상의 영령 인도군이 참전해 영국을 도왔고, 인도 정부는 1억 4,000만 파운드의 세금을 전비로 지원한 터였다.

그러나 1919년 제정된 인도 정부법이 완전 자치와 거리가 멀자 이를 영국 측의 '배반'으로 간주한 인도 민중은 부글부글 끓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 펀자브주 주둔군 사령관 레지널드 다이어 대령 지휘하에 주동자를 체포하고 3월부터 시행한 롤라트법(집회 시위 금지법)에 따라 집회 금지를 선포했다. 그런데 그날 잘리안왈라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시내가 아닌 인근 지역 사람들이어서 그 포고령을 알지 못했고 비폭력 독립운동 시위계획도 없었다.

그런데 다이어는 경고도, 해산 종용도 없이 참가자들이 오후에 공원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네 출입구를 포위하고 있던 인도 병사들에게 10분간 일제 사격 명령을 내렸다. 아마 이전의 산발적 시위에 감정이 격해진 다이어가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별렀던 모양이다.

영국측 공식 통계만으로도 이 사격으로 379명이 살해되고, 1,100명이 부상을 당했다. 다이어 대령은 훗날 조사에서 사람이 운집하지 않은 곳에만 사격하라 지시했다고 변명했지만 차마 동족을 향해 쏘지 못하고 하늘로 사격하는 일부 병사들에게 다이어는 "총구를 낮춰 사격하라! 너희는 여기 무엇하러 왔는가?"하고 호통쳤다고 한다.

이 엄청난 국가폭력에 대한 단죄는 역시 흐지부지 끝났다. 1920년 영국 하원에서 과잉대응 여부가 논란이 되었을 때 자유당 의원 윈스턴 처칠은 다이어의 직위해제와 불명예 제대를 주장했지만 장군 대우를 받고 있던 다이어는 아무런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채 대령 신분으로 면직당하는 데 그쳤을 따름이다.

이는 지난해 초 세상을 떠난 서양사학자 이영석의 유저 『나의 공부는 여기서 멈추지만』(푸른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3·1운동 때 경기도 화성의 제암리에서 일본군은 무고한 20여 명을 살해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교회를 불태웠다. 두 사건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식민제국이 저지른 무도한 학살이었다. 요컨대 자비롭거나 정의로운 식민권력은 없으니 알고 보면 '신사의 나라'는 허구의 신화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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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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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14:44:14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유튜브채널 KoSan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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